손병환 "숫자싸움보다 농협금융 본질에 집중"

입력 2020-12-25 17:12   수정 2020-12-26 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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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금융지주가 차기 회장으로 손병환 농협은행장을 내정한 것은 ‘파격’이었다. 그가 지난 3월 농협은행장에 취임한 지 채 10개월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1962년생인 손 후보자는 대형 금융지주 최고경영자(CEO) 중에서 가장 젊다. 디지털 금융에 가장 밝은 CEO라는 평도 듣는다. ‘손병환호(號)’ 농협금융의 행보가 국내 금융권 전체에도 작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농협금융은 조만간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거쳐 손 후보자를 선임할 계획이다.

손 후보자는 25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농협금융의 앞으로 10년, 20년을 설계하고 ‘전환기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농협금융지주는 농협중앙회의 ‘신경분리(신용+경제부문의 분리)’로 2012년 탄생했다. 농협 출신인 초대 신충식 회장이 3개월간 이끈 시기를 제외하면 9년간 4명의 경제관료 출신이 회장을 맡았다. 사실상 첫 내부 출신 회장이어서 2만 명가량의 농협금융 임직원은 고무돼 있다. 손 후보자는 “그동안 관료 출신 전임 회장들이 농협금융의 지주사 체계를 확고하게 자리잡는 데 큰 역할을 해줬다”며 “이제 바통을 내부에서 이어받아 농협금융의 생존과 역할에 대해 다시 고민할 때”라고 했다. 그러면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임기 이후에도) 농협 내부 출신이 원활하게 승계할 수 있도록 토대와 기반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손 후보자는 디지털 금융 전략으로 우선 농협금융 계열사 간, 농협상호금융과의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풀뱅킹(모든 은행 서비스를 제공하는 앱)은 ‘NH스마트뱅킹’으로, 간편뱅킹 앱은 올원뱅크(농협은행)와 쿡뱅크(상호금융)로 분리돼 있다”며 “고객 혼선을 줄이면서 경쟁력을 높이려면 협력할 건 협력하고, 차별화할 수 있는 부분은 나름대로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농협은 ‘농협 멤버스(범농협 공통 멤버십)’라는 경쟁력 있는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다”며 “범농협 차원에서 함께 활용할 방법을 찾겠다”고 했다.

빅테크(대형 IT 기업) 및 핀테크(금융기술) 업체와의 경쟁에 대해서는 “따로 또 같이”라고 했다. 손 후보자는 행장에 선임된 뒤 토스와의 하이브리드 간편결제를 가장 먼저 추진했고, 농협은행 앱에 이동통신 3사의 본인 확인 서비스 ‘패스’를 도입하기도 했다. 그는 “협업과 경쟁에 절대적 기준은 없다”며 “플랫폼에선 협업하고, 새로운 시장이 있다면 적극 경쟁하겠다”고 말했다.

은행, 보험, 증권 등 금융 계열사 간 협력도 강조하는 분야다. 손 후보자는 “NH투자증권은 기존에 보유하던 기업공개(IPO) 등 투자은행(IB)에서의 차별화된 경쟁력에 범농협의 역량이 뒷받침되면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아직 다른 계열에선 이런 (협력) 성과가 미흡한 부분이 적지 않다”고 했다. 그는 “은행과 증권 외 다른 계열사의 장단점은 무엇인지, 동종업계(다른 금융지주사)에선 어떤 협업을 하는지를 참고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지주사 간의 ‘외형 경쟁’은 지양하고, ‘농협금융의 본질’에 집중하겠다는 뜻도 나타냈다. 손 후보자는 “농협금융은 최근 2년간 2조원에 육박하는 순익을 냈지만, (다른 금융지주와) 숫자 싸움을 하는 건 큰 의미가 없다”며 “전체 농협을 지탱하고, 농민과 사회에 기여하는 농협에 주어진 공적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수익성을 유지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농업전문 금융기관으로서 차별화된 특화 상품을 개발하는 등 농업과 사회에 어떤 도움을 줄지 ‘금융의 역할’에 대해 더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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