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그나는 세계 3위 자동차 부품업체다. 애플이 전기차 사업 진출을 공식화할 경우 ‘애플카’를 제조할 후보 기업으로 거론될 정도로 시장에선 입지가 탄탄하다.
두 회사는 합작법인 설립 이유로 ‘발 빠른 대량생산체제 구축’을 내세웠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설명이 충분하지 않다. 생산 기지가 필요했다면 LG전자에 위탁하면 됐을 일이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마그나가 합작법인을 선택한 배경으로 LG전자의 ‘CSO(최고전략책임자) 조직’과 ‘모터’를 꼽는다. 이번 딜은 LG전자 CSO 조직의 M&A(인수합병)팀과 자동차 부품 사업을 담당하는 VS 사업본부 경영전략팀이 이뤄낸 성과라는 분석이다.
조주완 부사장이 이끄는 LG전자의 CSO 조직은 지난해 말 신설됐다. M&A 전문인력이 다수 포진해 있다. 회사 관계자는 “CSO 조직이 마그나에 합작법인 설립이 최선의 선택이라는 점을 꾸준히 설득했다”고 설명했다.
CSO는 구광모 LG그룹 회장(사진) 취임 후 전략적으로 출범한 조직이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 사이 LG전자를 시작으로 LG화학, LG디스플레이, LG유플러스, LG이노텍, LG CNS 등에 CSO 조직이 생겼다. 미래가 불투명한 기존 사업을 골라 폐기하고 그 자리를 새로운 비즈니스로 대체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합작법인을 설명하는 또 다른 키워드는 ‘모터’다. LG전자는 가전용 모터 시장의 최강자다. 1962년 선풍기용 모터 생산을 시작해 지난 57년간 모터 기술을 축적했다. 전기차에 들어가는 모터는 용도와 출력이 다르지만 기본적인 원리는 가전용 모터와 비슷하다. VS 사업본부가 2013년 출범할 때 가전사업을 담당하는 H&A 사업본부 소속 핵심 엔지니어 30명을 데려간 배경이기도 하다. 지금도 VS 사업본부는 H&A 사업본부와 모터와 관련된 특허를 공유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합작법인 설립은 LG전자의 모터 원천기술과 마그나의 현장 노하우가 결합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LG전자가 쌓아놓은 수주잔액이 상당하다는 점도 마그나를 움직일 수 있었던 배경으로 꼽힌다. 주요 증권사들은 4분기 기준 LG전자 VS 사업본부의 수주잔액을 60조원 안팎으로 추정한다. 이 중 파워트레인 관련 수주는 약 7조원 규모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VS 사업본부 전기차 부품 매출 중 파워트레인 매출 비중이 현재 5% 미만임을 감안하면 상당한 수준이다. VS 사업본부의 파워트레인 수주잔량은 신설법인으로 이관될 예정이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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