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앞에 닥친 주 52시간제…中企, 퇴직금 중간정산도 '비상'

입력 2020-12-27 17:41   수정 2020-12-28 01:44

경남 창원에서 주물업체를 운영하는 김모 사장은 최근 직원들의 퇴직금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내년 주 52시간 근로제 본격 시행으로 급여가 줄어들 것으로 우려한 직원 수십 명이 한꺼번에 퇴직금 중간 정산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김 사장은 “10~15년 차 숙련 직원들이 퇴직금을 당장 내놓지 않으면 회사를 떠나겠다고 통보해 당황스러운 상황”이라고 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이달 300인 미만(50인 이상) 사업장에 대한 주 52시간제 계도 기간 종료를 앞두고 퇴직금 중간정산에 나서는 근로자들이 늘고 있다. 중소업체들은 이 같은 요구에 준비가 돼 있지 않아 노사분규의 새 불씨가 되고 있다.

퇴직금은 직전 3개월 동안 지급된 평균임금(30일분)에 근속연수를 곱해 산정한다. 근로시간 단축으로 퇴직금이 줄면 근로자는 관련 시행령에 따라 퇴직금 중간정산을 사업주에게 요구할 수 있다. 정부는 2018년 7월 300인 이상 사업장에 대한 주 52시간제를 시행하면서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근로자 퇴직금 중간정산 요구를 사업주가 의무적으로 수용하도록 관련 시행령을 개정했다.

주 52시간제를 맞은 중소기업에 퇴직금 중간정산 요구가 거센 건 기본급이 비교적 작고 총급여에서 연장근로수당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주 52시간제 도입에 따른 중소기업 임금 감소폭은 평균 12.5%로 대기업 7.9%에 비해 크다.

경남 밀양에서 금속열처리업체를 경영하는 박모 사장은 “내년 주 52시간제 본격 시행에 맞춰 주·야간 교대로 주 72시간 근무하던 방식을 주 48시간제로 바꾸면서 직원들의 월급이 반 토막 났다”고 말했다. 그는 “일부 직원이 퇴직금 중간정산을 안 해주면 퇴사해서라도 받아가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며 “빚이라도 내 그들의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중소기업연구원이 최근 대형조선사 협력업체 67곳에 주 52시간제 도입 후 예상되는 혼란을 물은 결과 ‘임금보전 관련 문제에 따른 노사갈등 증가(39.6%)’를 꼽은 업체가 가장 많았다.

중소기업들의 주 52시간제 본격 시행이 불과 5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유예해 달라”는 중소기업들의 호소가 이어지고 있다. 현대중공업·현대미포조선 사내 협력사 협의회는 지난 21일 기자회견을 열고 “주 52시간 근무제 적용을 미뤄달라”고 촉구했다. 협의회는 “주 52시간제가 본격 시행되면 협력사 경영난이 심화하고 인력이 유출돼 산업 기반이 붕괴할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정달홍 대한기계설비건설협회 이사장은 “대부분 공사현장이 주 68시간 근무 중인데 주 52시간제 시행으로 공기를 맞추기 위해 인력 30%를 추가 고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근로자의 소득을 줄이고 사업주 부담을 늘리는 주 52시간은 누구도 바라지 않는 제도”라고 했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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