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IPO 시장 활황 이끄는 '스팩'…전기차·온라인베팅 기업에 돈 몰려

입력 2020-12-27 17:22   수정 2020-12-28 01:12

올해 미국 기업공개(IPO) 시장의 열기는 매우 뜨거웠다. 12월 11일까지 뉴욕증권거래소(NYSE)와 나스닥(Nasdaq)에 447개 종목이 신규 상장했다. 총 공모금액도 1500억달러를 훌쩍 넘겼다. 건수로나 금액으로나 역대 최고 수준이다. 미국 IPO 시장의 활황을 이끈 주역은 누구였을까?

정답은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이다. 올해 신규 상장한 스팩은 230개로, 전체 신규 상장 종목의 과반을 차지하며 핵심 키워드로 자리했다. 코로나19, 미국 대선 등으로 증시 변동성이 커진 국면에서도 신규 스팩 상장은 끊임없이 이어지며 IPO 시장의 공백을 채웠다. 빌 애크먼과 빌 폴리 등 유명 투자자도 대규모 스팩을 연이어 상장시켜 스팩이라는 투자수단의 인지도가 급부상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얼어붙은 상반기 IPO 시장에서 현금으로 무장한 스팩은 상장을 원하는 비상장기업에 매력적인 대안으로 자리했다. 스팩 합병으로 상장한 온라인 스포츠 엔터테인먼트 기업 드래프트킹스(DraftKings), 전고체 배터리 기술을 보유한 퀀텀스케이프(QuantumScape) 등은 주가가 급등세를 보이며 시장의 이목을 끌었다. 스팩 합병의 인기가 상승하고 시장에 유동성이 풍부해진 환경이 조성되자 더 많은 신규 스팩이 잇따라 공모에 나서고 있다. 이렇게 올해의 스팩 열풍이 만들어졌다.

신규 스팩 증가는 곧 스팩 합병을 통해 상장하는 기업의 증가를 수반한다. 실제로 6월 이후 매주 평균 2개 이상의 기업이 스팩과의 합병 계획을 발표하거나 해당 기업명으로 거래를 시작했다. 2019년 이후 현재까지 124개의 스팩이 비상장기업과의 인수합병(M&A) 계획을 발표했다. 이 중 70여 개가 절차를 완료해 각 기업명으로 거래되고 있으며, 나머지 50여 개는 준비 중이다.

다수의 스팩은 전기차 생태계에 주목하고 있다. 스팩 합병을 통해 상장 예정인 전기차 기업으로는 어라이벌(Arrival)과 카누(Canoo) 등이 있다. 더불어 전기차 충전 분야에서는 차지포인트(ChargePoint)와 이브이박스(EVBox)가 대표적이다. 이외에 기업가치가 90억달러에 달하는 통합 결제 플랫폼 페이세이프(Paysafe)가 있다. 드래프트킹스의 뒤를 잇는 온라인 베팅·카지노 업체인 골든너겟 온라인 게이밍(Golden Nugget Online Gaming)과 러시 스트리트 인터랙티브(Rush Street Interactive)도 있다.

미국 IPO 시장은 한국과 달리 일반(개인)투자자의 직접적인 공모주 청약이 어려운 구조다. ‘미국 공모주 청약 대체재’ 개념으로 스팩 투자를 고려해볼 것을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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