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항공기 부품 업체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항공 업황 침체가 길어지면서 항공기 부품 업체들의 유동성이 빠르게 말라가고 있다. 일부 항공기 부품 업체는 미래 성장 동력을 위해 인수한 자회사를 급하게 매각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24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항공기 부품 업체 아스트의 올 3분기 누적 영업이익률은 -59.4%를 나타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매년 9%대 중후반을 기록해왔다. 아스트는 항공기 관련 치공구 제작과 단품·대형 조립체 생산 기술력을 갖고 있다. 해외 항공기 제작 업체들을 거래처로 하고 있다. 매출의 90% 이상이 수출에서 나오고 있다.
탄탄한 시장 지위와 기술력에도 불구하고 올 들어 코로나19 여파로 올 3분기 연결 기준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분의 1 수준에 그쳤다. 보잉에 대한 매출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코로나19로 항공 수요가 줄면서 주요 거래처인 보잉 생산량이 축소된 탓이 컸다.
아스트는 올 들어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아 대규모 영업손실이 발생하면서 올 3분기 연결 기준 잉여현금흐름이 마이너스(-) 322억원을 기록했다. 운전자본투자에 시설투자 부담까지 겹쳐 순차입금은 2015년 476억원에서 올 9월 말 기준 2789억원으로 증가했다.
아스트는 유동성 확보를 위해 내년 초 방사선 안전 관리 업체 오르비텍 지분 전부를 234억원에 처분할 예정이다.
항공기 부품 사업은 제품 생산에 필요한 기술력과 까다로운 인증 절차 덕분에 신규 사업자의 시장 진입이 쉽지 않다. 항공기는 안전성이 최우선 되고 있어 장기간의 거래 실적이 확보돼야 수주가 가능한 특징이 있다. 기종별로 대규모 설비투자를 필요로 하기도 한다.
대형 민항기의 경우 특정 기종이 출시된 후 10~30년간 생산을 지속하고, 해당 기종이 단종될 때까지 동일 제조 업체가 부품을 납품해 매출 기반이 안정적이다. 하지만 코로나19로 부정적인 사업 환경이 길어지다 보니 항공기 부품 업체들의 재무 부담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김현 한국기업평가 책임연구원은 "코로나19가 장기화하고 있는 가운데 항공 산업 수요가 단기간 내 정상화되긴 어려울 것"이라며 "코로나19 양상에 따라 항공기 판매 실적이 재차 하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나이스신용평가는 "코로나19 백신 보급 이후 사태의 전개 양상과 기존 사업의 생산 가동률 상승, 신규 수주 여부, 운전자본 부담 완화 등이 항공기 부품 업체의 향후 신용도를 결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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