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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선 시집이자 첫 시집인 《그 웃음을 나도 좋아해》는 내밀한 경험에서 출발한 시편들로 채웠다. 웃음과 즐거움을 전달하는 듯한 제목과 달리 초반부 시에는 차마 웃을 수 없는 어린 화자의 상황이 등장한다. 이 화자들의 시선을 통해 자신을 향한 교실 안의 폭력과 차가운 현실을 구체적으로 묘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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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과 같은 웃음을 지을 수 없어서일까. 시 속 화자들은 자주 혼자 남아 있다. 빈방에 문을 닫은 채 홀로 누워 있기도 하고, 시 ‘유리 온실’에선 수많은 등장 인물을 없앤 뒤 마치 유리 온실처럼 현실과는 동떨어져 있는 숲에 혼자 남기도 한다. 그런 화자에게도 ‘너’라고 부를 수 있는 누군가가 있다. 그러나 화자는 끝내 ‘너’의 웃음을 알 수 없고 ‘너’가 듣고 싶은 말도 하지 못한다.
하지만 이 시인은 담담하면서도 물러서지 않는 시선으로 망설임 없이 과거의 상처와 마주한다. 시 ‘충분한 안녕’에선 아팠던 기억들도 어쩔 수 없이 사라지는 것들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인다. 그러고는 사라진 것들과 앞으로 다가올 것들을 향해 ‘아프지 않은 모양’으로 안부 인사를 할 수 있을 것 같다며 긍정의 신호를 보낸다. 지워버릴 수도 있었던 과거 삶의 장면을 끝까지 눈을 뜨고 지켜보며 만들어진 단단하고 따뜻한 마음으로 이 시인은 구겨진 마음의 자국들을 채워간다.
김수영문학상 심사를 맡았던 김언 시인은 “이 시집의 결정적인 매력은 이상한 균형감에서 나온다”며 “정직하되 거칠지 않고, 섬세하되 나약하지 않은 정서에서 올라오는 언어는 어두우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 밝으면서도 슬픔을 놓지 않는 이상한 풍경 앞으로 끌고 간다”고 말했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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