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코로나19 백신 미확보 논란과 관련해 "이미 충분한 (백신) 물량을 확보했고, 돌발상황을 대비한 추가 물량 확보를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28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우리나라가 백신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했다거나 접종이 늦어질 것이라는 염려가 일각에 있다. 사실이 아니다"라며 "정부는 내년 2월부터 의료진, 노인요양시설 등의 집단수용자와 종사자 등 우선순위 대상자부터 접종을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또 "정부는 여러 달 전부터 범정부 지원체계를 가동하며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 백신 확보에 만전을 기해왔다"며 "백신 도입 시기를 더 앞당기는 노력도 기울이고 있으며 접종 준비도 철저히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같은 날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정부가 구매하기로 결정한 4600만명분의 코로나 백신 가운데 3600만명분에 대한 구매 계약 체결을 완료했다"고 발표했다.
우리나라는 인구 전체가 맞을 수 있는 물량을 아직 확보하진 못한 상태라는 뜻이다.
블룸버그가 지난 22일 기준으로 집계한 통계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37개국 중 32개국은 인구수 대비 백신 확보 비율이 100%가 넘는다.
이에 대해 정 본부장은 "구매 예정을 포함해 정부가 구매한 4600만 명분의 백신은 국내 전체 인구 5183만명의 88.8%에 해당하며, 백신접종가능 인구인 18세 이상으로 따질 경우 104.3%에 해당한다"며 "통상 집단면역을 위해서는 전체 인구의 60∼70%가 항체 형성이 필요하다는 학계 의견을 고려할 때 이는 국내 집단면역 형성에 충분한 물량"이라고 설명했다.
야권 일각에선 문 대통령이 백신 미확보 비판을 무마하려고 성급한 발표를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당 회의에서 "지금 세계 여러 나라들이 백신을 접종하고 있는 상황인데 우리는 아직도 백신의 접종 가능성이 아주 희박해 보인다"며 "어제 대통령 비서실장께서 2월부터 우리가 백신을 접종할 수 있다고 말하는데 반해서, 총리께서는 아직도 확실하게 이야기할 수 없다는데 도대체 우리가 누구의 말을 믿고 백신을 기다려야 하는지 의아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전날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은 고위 당정협의회에서 "내년 2월이면 의료진과 고령자를 대상으로 (코로나19 백신)접종이 시작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같은 회의에 참석한 정세균 국무총리는 백신 도입 시기에 대해 "구체적인 시점은 각 제약사의 생산역량에 큰 영향을 받기에 단정적으로 말하기 어렵다"고 했다.
논란이 일자 총리실 측은 "내년 2월 백신접종이 시작될 것이라는 것에 대해 청와대와 이견이 없다"며 "총리가 언급한 내용은 최근 추가 도입한 백신의 반입 시점을 말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김종인 위원장은 또 "정부는 한편으로 백신의 안전성을 보장받을 때까지 마치 백신에 관해 관심을 가지지 않은 것처럼 이야기하다가, 지금 세계 각국에서 백신이 일반 국민들에게 주입되고 있으니까 그에 반응으로 우리도 곧 할 수 있다는 뜻인지 국민들은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그동안 정부는 "안전성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백신 확보를 의도적으로 미뤄왔다"고 설명해왔다.
배준영 국민의힘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오늘도 역시 대통령은 장밋빛 전망을 늘어놓기 바빴다"며 "대통령의 바람과 달리, 국민들은 이제 정부의 백신과 방역 기준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늑장 대응과 오판으로 얼룩진 코로나19 대책에 불안을 넘어 공포심마저 느끼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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