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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관 부처인 법무부는 고용노동부, 국토교통부, 중소벤처기업부, 법제처 등 관계 부처 의견을 종합해 사실상 정부 수정안을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제출했다. 수정안은 처벌 대상 경영 책임자의 범위에 법인 대표를 그대로 포함시켰다. 이사의 경우 안전·보건 담당 이사로 범위를 제한했다. “이사 범위에사외이사 등 기업 경영을 주도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는 고용부 의견이 반영됐다. 처벌 수준은 벌금의 경우 5억원 이상에서 5000만~10억원 이하로 낮췄지만, 2년 이상 징역은 그대로 유지했다.
중앙부처,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의 장(長)은 처벌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인허가권 또는 감독권을 가진 공무원을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상 3억원 이하 벌금으로 처벌하는 조항은 포함됐다.
사업주나 경영 책임자가 사고 이전 5년간 안전의무를 3회 이상 위반했을 때 중대재해의 책임이 있다고 본 ‘인과관계 추정’ 조항은 삭제하기로 했다. 법무부가 “형사법상 ‘무죄 추정의 원칙’에 반할 소지가 있고, 형사재판에서 범죄사실의 인정은 엄격한 증거에 의하므로 신중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의견을 냈기 때문이다.
안전의무의 경우 △안전보건경영체계 수립 △위험 설비나 화학물질 취급, 추락·붕괴 사고 등을 예방하기 위한 계획 수립 △재해 원인 조사 및 재발방지 대책 수립 등 보다 구체적으로 명시했다.
당초 초안에서는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서만 법 시행을 4년 미루기로 했지만, 50~100인 미만 사업장도 2년 유예했다. 민주당은 29일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를 열고 이런 잠정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 같은 정부안에 대해 정의당과 여당 강경파는 오히려 “중대재해를 막기 위한 법취지가 훼손된다”며 강하게 반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법안 심의 과정에서 노동계 측 의견이 다수 반영될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여당은 다음달 8일 임시국회 종료 전까지 법안을 처리할 계획이다.
사업주에 대한 징역형에 ‘상한’이 아니라 ‘하한’이 유지된 게 대표적이다. 50~60대 중소기업 사장은 단 한 번의 사망사고로 징역 10년에서 20년 이상을 받으면 사업을 접고 여생을 교도소에서 보내게 된다. 이태희 중소기업중앙회 스마트일자리본부장은 “법리적으로 과실범에 징역형의 하한을 두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근로자 사망을 제외한 중대재해의 경우 3년 이하에서 7년 이하로 오히려 처벌이 강화됐다.
중소기업계가 수정을 요구한 안전 관련 의무와 책임 조항도 바뀐 게 거의 없다는 시각이다. 산업안전 전문가인 이상철 태평양 변호사는 “세부적인 조치 의무에 대해 대통령령으로 두도록 했지만, 기존 산업안전보건법상 기준과 비슷해질 것으로 보여 중복 규제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임우택 본부장 역시 “책임 조항이 여전히 모호하고 포괄적”이라며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식 규제가 될 것”이라고 했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99%의 중소기업은 오너가 곧 대표”라며 “자금 여력이 부족한 중소기업들은 사고 발생 시 바로 부도를 내야 할 정도의 위기를 맞게 된다”고 우려했다.
조미현/좌동욱/안대규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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