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울 더 추운 자동차 중견 3사…노조 리스크·부도 위기까지

입력 2020-12-29 10:32   수정 2020-12-29 10:33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창궐한 올해 국내 자동차 생산이 10년 전 수준으로 위축됐다. 자동차 중견 3사의 상황도 지난해에 비해 더욱 악화됐다.
올해 자동차 생산량 350만대로 '후진'…중견 3사 더 어려워
29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올해 11월까지 국내 자동차 생산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1.2% 감소한 320만9953대에 그쳤다. 월 평균 29만대가 생산된 셈인데, 올해 총 생산량은 350만대 수준에 머무를 전망이다.

국내 자동차 산업이 현재 규모를 유지할 수 있는 '생존 마지노선' 400만대가 지난해 붕괴된 데 이어 올해 생산량이 더 줄어들며 자동차 업계의 어려움도 커졌다. 연 350만대 생산은 2009년 금융위기 이후 11년 만이다.

생산량 감소폭은 중견 3사에서 더욱 컸다. 올해 1~11월 현대차는 147만6041대를 생산해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9.0% 줄었고, 기아차도 121만2091대를 만들어 9.3% 감소세를 기록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중견 3사의 생산 감소폭은 평균 20.4%에 달했다. 한국GM은 17.4% 감소한 31만908대, 쌍용차는 19.7% 줄어든 9만7198대에 그쳤다. 르노삼성은 28.4% 쪼그라든 10만9258대로 집계됐다.

중견 3사는 연초부터 신차공세를 펼쳤다. 한국GM은 올해 초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트레일블레이저를 출시했고 주행거리를 400km대로 늘린 전기차 볼트 EV 연식변경 모델도 선보였다. 지난해 국내 판매를 시작한 픽업트럭 콜로라도의 부분변경 모델도 빠르게 도입됐다.

르노삼성은 연초 소형 SUV XM3를 선보였다. 이어 QM3의 후속인 르노 캡처와 소형 전기차 르노 조에도 추가됐다. 인기가 줄어든 세단 라인업은 SM6만 남기고 정리하면서 SUV 라인업을 강화한 것이다. 마땅한 신차가 없던 쌍용차도 커넥티드카 서비스 등 신기술을 적용해 상품성을 높인 티볼리·코란도 리스펙 모델로 대응했다. 단종했던 티볼리 에어가 재출시됐고 렉스턴 부분변경 모델 올 뉴 렉스턴도 등장했다.

다만 올해 2월 본격화된 코로나19 사태가 겹치며 큰 성과를 거두진 못했다. 11월까지 트레일블레이저는 1만8511대, XM3는 3만1936대가 팔렸다. 볼트 EV나 캡처, 조에 판매량은 더 적다. 세 차량 가운데 르노 캡처가 2111대로 가장 많이 팔렸고 쉐보레 볼트 EV는 1552대 판매를 기록했다. 르노 조에는 188대를 파는데 그쳤다.

쌍용차는 금융기관 대출금 상환을 연체하며 부도 위기에도 처했다. 쌍용차는 지난 21일 법원에 '자율 구조조정 지원(ARS) 프로그램'을 이용한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법원이 2021년 2월 28일까지 2개월의 유예를 줬는데, 쌍용차는 이 기간 신규 투자자 확보 등을 통해 채무 상환 위기에서 벗어나고 회생 신청도 취하하겠다는 계획이다. 쌍용차가 연체한 대출 원리금은 2553억원에 이른다.

쌍용차가 회생 신청을 하면서 일부 협력업체들이 부품 공급을 끊는 사태도 발생했다. 부품을 공급했다가 대금만 떼이는 것 아니냐는 우려다. 쌍용차에게는 대출 만기 연장과 신규 투자자 확보에 더해 정상적인 부품 공급을 위해 협력업체들을 안심시켜야 하는 숙제가 추가된 셈이다.
쌍용차 부도 위기…한국GM·르노삼성도 '위태'

한국GM과 르노삼성의 사정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한국GM은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을 연말에나 마무리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상반기 생산손실 6만대를 하반기 잔업과 특근으로 만회한다는 계획이었지만, 임단협을 둘러싼 갈등이 깊어지며 만회에 실패했다. 노조의 부분파업으로 생산손실 2만5000여대가 추가됐을 뿐이다.

올해 8만5000여 대 생산손실이 벌어지며 올해 흑자전환을 하겠다는 한국GM의 계획도 물거품이 됐다. 한국GM은 북미 시장에 트레일블레이저를 본격 수출해 내년 흑자전환을 달성한다는 방침이지만, 이 역시도 쉽지 않다. 내년 임단협 시작까지 남은 시간은 6개월 가량에 불과하다.

한국GM의 올해 임단협이 난항을 거듭한 가장 큰 이유는 부평2공장에 신차가 배정되지 않아 대규모 구조조정이 이뤄질 수 있다는 노조원들의 우려였다. 하지만 정작 신차 배정 결정권을 쥔 미국 제너럴모터스(GM)는 한국GM 노조의 부분파업을 두고 본사 핵심 임원이 한국시장 철수를 거론하는 등 큰 반감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반 년 내에 GM의 신뢰를 회복하고 부평2공장 고용안정에 대한 논의를 진척시키지 못하면 6개월의 짧은 평화 이후 내년 임단협에서 파행이 재발될 가능성이 있다.

르노삼성의 올해 임단협은 현재진행형이다. 노조 지도부 선거가 겹치며 교섭을 갖지 못했고, 결국 해를 넘기게 된 것이다. 기본급 인상 등을 두고 노사 시각차도 큰 상황이다. 노사 갈등이 예상되고, 임단협을 타결하더라도 연이어 내년 임단협 교섭을 시작해야 할 처지다.

업계는 부분파업으로 XM3(수출명 뉴 아르카나) 생산에 차질이 빚어질 경우 르노삼성도 회생 불가능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올해 르노삼성은 주력 수출 차종이었던 닛산 로그의 생산이 종료되면서 수출량이 지난해 대비 77% 급감했다. 생산량만 따진다면 직원의 절반 가량을 내보내야 할 처지가 된 것이다.

내년 XM3 수출은 르노삼성 노사 모두에게 남은 마지막 활로다. XM3가 닛산 로그와 같이 연 9만대 규모로 수출되면 현재 고용 규모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 반대로 부분파업 등으로 생산에 차질이 빚어질 경우 대규모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현지에서 경쟁이 치열한 차급인 만큼 공급 차질이 빚어질 경우 경쟁 차종에 밀려 수요 자체가 줄어들 가능성이 높은 탓이다.

한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한국GM, 쌍용차, 르노삼성 등 중견 3사의 생산 물량 감소는 협력업체 고용까지 불안정하게 만든다"며 "글로벌 자동차 산업도 위축되는 상황인 만큼 노사 모두 국내 산업 종사자들과 상생하는 자세를 가져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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