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 단체 27곳이 대북전단금지법(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이 “북한 주민의 인권을 포기하고 북한 독재정권을 비호한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대북전단금지법을 둘러싸고 국제사회의 비판이 연일 쏟아지는 가운데 국내에서 헌법소원이 제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환기정의워킹그룹과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한변) 등 27개 단체는 29일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북전단금지법이) 접경지역 주민의 안전을 구실로 외부정보에 목마른 북한 주민의 인권을 포기하고 북한 독재정권을 비호한다”며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청구하고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했다고 밝혔다.
이들이 이날 제기한 헌법소원은 대북전단금지법이 헌법상 여러 자유와 권리를 침해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이들은 헌법소원 심판청구서에서 이 법이 헌법상 국민의 권리로 보장하고 있는 표현의 자유를 비롯해 행복추구권, 죄형법정주의, 포괄적 위임입법 금지, 국민주권주의 및 대한민국 정통성과 정체성을 침해·위배한다고 헌법소원의 취지를 밝혔다.
대북전단금지법이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했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 법은 대북전단 살포 행위는 물론 살포가 미수에 그쳐도 최대 3년의 징역형을 가능하게 한다. 이들 단체는 “대북 전단 살포 행위 자체를 원천 차단하는 것은 과도한 통제로써 청구인들의 표현의 자유 제한에 대한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회 의결 과정의 절차상의 문제도 지적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4일 야당의 거센 반대에도 불구하고 개정안을 강행 처리하며 안건조정위원회를 거치지 않았다. 이들 단체는 “통일부가 제3국에서의 전단 등 살포 행위를 적용대상에서 배제하는 해석지침을 제정하겠다고 한 것은 졸속입법임을 자인한 것”이라며 “초법적 발상을 버리고 법률을 다시 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통일부가 지난 15일 배포한 법안 관련 설명 자료도 ‘아전인수’ 해석 논란을 빚고 있다. 칼 거시만 미국 민주주의진흥재단(NED) 회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간) “(나는) 개정안이 한국의 민주주의와 표현의 자유만 손상시킬 것이라고 믿는다”며 “통일부가 언론과 재외공관에 배포한 대북전단금지법 설명 자료에 내 발언을 왜곡해 인용했다”고 강력 비판했다. 통일부는 설명 자료에서 “대북전단의 정보 전달 효과는 크지 않다”며 “거시만 회장도 VOA와의 인터뷰에서 대북전단 살포가 효과적인 정보 유입 방법이 아니라고 밝힌 바 있다”고 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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