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은 완성차 임단협…르노삼성, 해 넘긴다

입력 2020-12-30 12:05   수정 2020-12-30 12:07


기아자동차의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이 연내 타결로 마무리되면서 국내 완성차 5개사 중 르노삼성만 올해 노사 협상이 해를 넘기게 됐다.

30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기아차 노사는 이날 오후 조인식을 열고 올해 임단협을 최종 마무리한다.

전날 기아차 노조는 임단협 잠정합의안에 대한 조합원 찬반투표를 진행한 결과, 임금안(58.6%)과 단협안(55.8%) 모두 과반수 찬성으로 가결됐다고 밝혔다. 올해 임단협 최대 쟁점이었던 '잔업 30분 복원' 문제가 현대차와 동일한 '25분' 수준에서 사실상 복원된 것이 타결에 이른 결정적 요인이었다는 평가다.

올해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대체적으로 임단협을 일찌감치 마무리지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자동차 업계 위기감에 노사 모두 공감하고, 이득보다는 협력을 택한 결과다.

쌍용차는 지난 4월 임단협을 마쳤고, 현대차도 지난 9월 무분규 타결로 임단협을 마무리했다. 한국GM은 1차 합의안이 부결되는 등 막판까지 진통을 겪었지만 2020년 끝자락에서 결국 극적인 타협을 이뤄냈다.

남은 건 르노삼성뿐이나 올해 임단협이 해를 넘기는 것은 기정사실화된 수순이다.

르노삼성 노사 협상은 지난 9월 6차 실무교섭을 끝으로 3개월째 교착 상태에 빠졌다. 8월부터 6차례 교섭을 벌였지만 기본급 7만1687원 인상(4.69%), 700만원 일시금 지급 등을 두고 노사가 이견을 좁히지 못한 탓이다. '강성파' 박종규 노조위원장의 연임 확정 후 사측이 노조의 교섭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노사 갈등은 한층 심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사측이 최근 노조 측에 손을 내밀어 협상길은 열린 상황이다. 사측은 지난 22일 내년 1월 교섭을 재개하자는 내용의 공문을 노조 측에 보냈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노사가 합의에 이를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본급 인상을 둘러싼 노사의 시각차가 여전히 큰 데다 노조가 파업으로 사측을 압박하고 있어서다.

노조는 지난 10월 중앙노동위원회 조정중지 결정으로 획득한 쟁의권으로 "최악의 경우 파업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사측에 정비지점 매각 추진과 관련해서도 이미 강경 투쟁을 예고한 바 있어 교섭이 재개된다 하더라도 당분간은 난항이 예상된다.

르노삼성은 국내 완성차 5개사 중 유일하게 파업 불확실성을 안고 새해를 맞이하게 됐다. 이는 XM3(수출명 뉴 아르카나)의 유럽 수출을 앞둔 르노삼성에 가장 큰 리스크로 꼽힌다. 업계에서는 노조의 부분 파업으로 생산 차질이 발생할 경우 르노삼성이 회생 불가능한 처지로 추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올해 3월 연간 10만대 생산됐던 닛산로그 위탁생산이 중단된 후 후속 물량마저 받지 못한 르노삼성은 심각한 '생산절벽'에 시달렸다. 그 결과 올해 누적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77% 떨어진 1만9000여대 수준으로 추락하는 위기를 맞았다.

노조의 강경 대응이 지속될 경우 부산공장에 배정된 XM3 유럽 물량을 뺏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다. 도미닉 시뇨라 르노삼성 사장은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수출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노사 관계를 잘 유지하는 게 핵심"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물량이 다른 공장으로 넘어가게 되면 생산량을 감안해 노조도 대규모 구조조정 역풍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한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그만큼 이번 XM3 유럽 수출은 노사 모두에 사활이 걸린 문제"라며 "노사 관계 해결이 새해 르노삼성의 중요 사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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