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국정농단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해 "우리 사회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 삼성은 모범을 보여야 한다"며 징역 9년을 구형했다.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한 특별검사팀은 30일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정준영 송영승 강상욱) 심리로 열린 이재용 부회장 등에 대한 파기환송심 결심공판에서 이 부회장에게 징역 9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과 장충기 전 미전실 차장,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에게는 각각 징역 7년, 황성수 전 삼성전자 전무에게는 징역 5년이 구형됐다.
특검은 "법치주의와 평등의 원리는 같은 것을 같게, 다른 것을 다르게 취급하고 대우하는 것"이라며 "살아있는 권력이든, 최고의 경제적 권력이든 동일한 기준을 적용해 처벌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법원은 법치주의 최후의 보루 역할을 해야 할 기관인 바 엄정한 판결로 법치주의 확립 계기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피고인들에 대해 집행유예가 선고되면 헌법의 평등 원리와 법원조직법을 정면으로 위반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특검은 "우리나라 기업은 삼성과 삼성이 아닌 곳으로 나뉜다는 말이 회자할 정도로 압도적인 힘을 가진 그룹"이라며 "국정농단 범행 과정에서 영향력이나 힘이 약한 다른 기업들보다 더 적극적이었고 쉽게 범죄를 저질렀으며 책임을 피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구형 이유를 설명했다.
또한 "국정농단 주범들은 모두 중형이 선고됐고, 본건은 국정농단 재판의 대미를 장식할 화룡정점에 해당한다"며 "준법감시제도와 같은 총수 의지에 달려있는 제도를 이유로 법치주의적 통제를 포기하거나 양보하는 일은 있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피고인들에게 무조건 과도한 엄벌을 해달라는 게 아니고, 헌법과 법률에 의해 유지되는 우리 사회의 가장 기본적 가치인 법치주의와 헌법정신을 수호해달라는 것"이라며 "헌법과 법률에 따라서만 판단해달라"고 덧붙였다.
다만 특검은 파기환송 전 1·2심에서 모두 징역 12년을 구형했던 것보다 구형량을 다소 낮췄다. 특검은 "대법원에서 일부 혐의에 무죄가 확정된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 부회장은 이날 취재진의 물음에 답하지 않고 10회 공판기일에 출석했다.
이 부회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 씨에게 그룹 경영권 승계 등을 도와달라고 청탁한 후 그 대가로 약 300억원 상당의 뇌물을 건넨 혐의로 2017년 2월 기소됐다.
이 부회장은 1심에서 징역 5년, 2심에서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받았으나 지난해 8월 대법원은 2심에서 인정되지 않은 50억원의 뇌물·횡령액을 추가로 인정해야 한다며 사건을 다시 서울고법으로 돌려 보냈다. 파기환송심 과정에서는 특검이 재판부 기피신청을 하면서 재판이 공전되기도 했다.
배성수 한경닷컴 기자 baebae@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