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는 하루에 두 번 결혼식을 올린 부부의 기사를 읽었다. 미국 루이지애나주와 버지니아주에 있는 양가 친척이 코로나 위험 속에 이동하지 않도록, 이 부부는 1700㎞ 떨어진 두 지역을 이동해 같은 날 결혼식을 또 올렸다. 하객은 가족 몇 명, 장소는 법원 건물 앞 계단이었다. 거품을 뺀 작은 결혼식을 오히려 개성으로 느끼는 부부도 많아졌다. 이처럼 코로나19는 전 세계 결혼식 풍속도 바꿔놨다.
코로나19 시대의 사랑 풍속도에서 연인을 찾은 예비부부보다 더 심란한 이들은 싱글 남녀일 것이다. 필자 주변의 20~40대 싱글은 한결같이 “내년까지는 포기했다”고 말한다. 만남의 기회 자체가 줄었고, 만나더라도 마스크를 쓰고 하는 대화가 여간 익숙지 않은 게 아니다. 기존 전략으로는 비대면 만남이 이뤄지는 뉴노멀 시대에 매력을 뽐내기 어렵다. 새로운 자기 어필 전략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더 나아가 남녀 모두 처음 보는 사람을 대할 때(35%), 데이트할 때(33%) 그리고 SNS 게시물을 올릴 때(28%) 조심하게 됐다고 한다. 상대방이 성희롱이나 폭력으로 느낄 만한 소지의 행동이나 농담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미투 운동이 이런 변화의 동력(남성 46%, 여성 69%)이 됐으며, 남녀 모두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했다.
그럼 한국 사회는 어떨까. 필자가 속한 기초과학연구원(IBS) 데이터사이언스그룹은 미국 매사추세츠대와 공동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직장인 1000명 대상의 설문조사 결과 남녀 모두(41%) 미투 운동으로 인해 직장 내에서 자신의 행동을 되돌아보게 됐다고 응답했다.
여성의 29%는 남성 동료를 대할 때, 그리고 38%는 모임이나 회식을 할 때 행동을 조심하게 됐다고 대답했다. 남성 응답자의 56%는 여성 동료를 대할 때, 54%는 모임이나 회식할 때 자신의 행동을 더 조심하게 됐다고 답했다. 특히 미투 운동 이후 회식 중 행동을 조심하게 됐다는 응답은 50대 남성(62%)과 60대 남성(59%)에게서 가장 높게 나왔다.
코로나19 백신이 개발됐지만, 뉴노멀에 적응된 우리의 생활방식은 꽤 오래 큰 변화가 없을 것 같다. 이처럼 큰 사건은 인류의 오랜 관습을 ‘리셋’한다. 미투 운동은 새로운 사랑 풍속도를 그려냈다. 연애와 결혼 그리고 삶의 전반에 큰 영향을 미쳤다. 미투 운동의 영향으로 변화된 젠더 인지적 행동 역시 다양한 문화권에서 긍정적인 변화가 유지되리라고 생각된다.
사랑, 연애, 결혼은 우리 삶의 중요한 이벤트 중 하나다. 리셋된 인류의 생각과 행동은 이제 새로운 삶의 방식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과거 사건들을 반면교사 삼아 낡고 어두운 면은 고치고, 한층 밝고 세련된 문화가 자리잡아 가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기대해본다.
차미영 < 기초과학연구원 수리 및 계산과학 연구단 CI, KAIST 전산학부 부교수 >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