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문재인케어' 보장률 70% 달성한다더니…

입력 2020-12-30 17:31   수정 2020-12-31 00:22

감염병 확산 등 돌발상황이 아니면 보건복지부의 정책들은 논란이 될 만한 것이 많지 않다. 한번 시작하면 물릴 수 없는 복지 정책의 특성상 대부분 긴 호흡을 갖고 준비하기 때문이다. 복지부 공무원들은 오랫동안 업무를 하며 사회적 약자들과 정서적 유대를 갖게 되지만, 정책만으로 세상을 천국으로 만들 수 없다는 현실 감각도 대부분 갖고 있다.

하지만 건강보험 보장률을 2022년까지 70%에 맞추겠다는 목표를 설정했던 문재인 케어(건보 보장성 강화정책)에서만큼은 예외였다. 막대한 건보 재정 지출이 예상되는 문재인 케어를 추진하면서 담당 공무원들은 ‘보장률 달성’과 ‘재정 건전성 유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고 지속적으로 주장해 왔다.

지난해 문재인 케어 시행 첫해인 2018년 보장률 상승폭이 1.1%포인트에 그쳤다는 사실이 발표됐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복지부는 당시 장관까지 나서 “내년(2019년)부터는 보장률이 더 큰 폭으로 오를 것”이라고 자신했다.

하지만 이번에 뚜껑을 열어보니 전혀 그렇지 않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지난 29일 2019년 건보 보장률이 전년 대비 0.4%포인트 상승하는 데 그치며 64.2%에 머문 것으로 발표됐기 때문이다.

전망이 빗나간 데 대한 복지부의 설명은 없었다. 지난해 복지부가 2019년 건보 보장률 인상폭이 2018년보다 더 높을 것이라며 제시했던 근거도 허위로 판명됐다. 당시 복지부 관계자는 “2018년 9월이나 11월에 새로 건보 보장에 들어온 항목은 그해 보장률을 계산할 때 그만큼 적은 기간만 산입돼 과소평가된다”며 “2019년부터는 제대로 보장률을 끌어올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김윤희 인하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6월과 12월에 한 번씩 조사해 평균을 내는 보장률 조사 방식을 감안하면 시행 기간에 비해 오히려 과대평가됐다”며 정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2019년 보장률 인상폭이 전년 대비 반 토막 난 것은 김 교수의 분석이 맞았다는 방증이다.

지난해부터 국회 예산정책처를 비롯한 외부 전문가들은 정부 계획대로 문재인 케어를 추진하면 5~10년 내에 건보 누적 적립금이 소진될 것으로 분석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 담당자들은 “절대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시행 과정에서 실제로 비용은 예상보다 불어났고 결국 신규 건보 보장 항목 혜택은 줄줄이 줄었다.

지난해 문재인 케어를 추진했던 복지부 국·과장들은 대부분 영전해 지금은 건보 관련 정책을 담당하고 있지 않다. 지나간 사정을 현재 담당자들에게 따져 묻는 것도 어렵다. 다만 무리한 목표를 설정하고 추진한 정책은 큰 후유증을 남긴다는 사실은 후임 담당자들이라도 분명히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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