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수 특별검사팀이 30일 ‘국정농단 공모’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징역 9년을 구형했다. 이 부회장은 이날 최후 진술에서 “모든 것이 저의 불찰이고 제 책임”이라며 “준법을 넘어 최고 수준의 투명성을 갖춘 회사가 되도록 책임지고 이행하겠다”고 선처를 호소했다.
이재용 “다 내 잘못이다”
서울고등법원 형사1부(부장판사 정준영 송영승 강상욱) 심리로 이날 열린 ‘국정농단’ 파기 환송심 결심 공판에서 이 부회장은 2017년 8월 1심 결심공판에 이어 두 번째로 최후 진술을 했다. 특검이 징역 9년을 구형하고, 변호인단의 변론이 끝난 직후였다. 이 부회장은 20분여 동안 울먹이며 “모두가 제 잘못”이라고 거듭 말했다. 그의 진술 첫마디는 “두 번 다시 같은 잘못을 반복 안 하게 다짐 또 다짐한다”였다. 이 부회장은 “2014년 5월 이건희 당시 회장이 갑자기 쓰러져 경황이 없던 차에 박근혜 전 대통령과 독대 자리가 있었다”며 “지금 같으면 결단코 (독대를) 안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돌이켜 생각해보면 모든 게 제 잘못이었고, 제가 못나고 부족했다”며 “부끄러운 마음으로 깊이 뉘우친다”고 했다.지난 10월 별세한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을 언급할 땐 목이 메인 듯 울먹거리다가 숨을 고르기도 했다. 이 부회장은 “두 달 전 이 전 회장의 영결식 추도사에서 아버지를 능가하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효도란 뜻을 지닌 ‘승어부’라는 말이 나왔다”며 “우리 산업 생태계가 건강해지도록 최선을 다하는 등 제 나름의 승어부에 다가가겠다”고 했다. 이어 “최근 아버지를 여읜 아들로서 국격에 맞는 새 삼성을 만들어 너무나도 존경하고 또 존경하는 아버지께 효도하고 싶다”고 했다.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활동을 언급하며 경영에 전념할 기회를 달라고 호소했다. 이 부회장은 “지난 5월 준법감시위 권고로 경영권 승계에 대한 제 평소 소신도 밝혔다”며 “제 아이들이 경영권 승계 문제와 관련해 언급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노조 활동도 보장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무노조 경영이라는 말이 안 나오도록 노조와도 활발히 소통하겠다”며 “삼성이 지금까지 국민에게 한 약속도 제가 책임지고 지키겠다”고 했다.
임원진에도 ‘7년’ 구형
특검은 이날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장과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사장,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에게 각각 징역 7년을 구형했다. 삼성 측이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에게 건넨 말 세 필 중 한 마리를 이 부회장으로부터 몰수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이 부회장에 이어 최후 진술에 나선 최 전 실장도 “저희의 어리석은 일로 장기간 피해를 끼쳐 죄송하다. 돌이켜보면 모든 일이 제 잘못된 판단 때문”이라며 “삼성그룹이 받을 피해를 막기 위해 어쩔 수 없다고 타협한 결과,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점에 대해 반성한다”고 했다.이번 결심 공판에서 이 부회장에 대한 구형은 1, 2심에서의 ‘12년’에 비해 줄어든 것이다. 이 부회장 혐의 중 뇌물 액수는 늘었지만, 국유재산도피 혐의는 대법원에서 무죄로 판단이 났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은 박 전 대통령과 최씨에게 그룹 경영권 승계 작업을 돕는 대가로 총 298억2535만원의 뇌물을 건넨 혐의로 2017년 2월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이 부회장에게 징역 5년을, 항소심은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지난해 8월 2심에서 무죄로 본 일부 금액도 뇌물에 포함된다며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특검은 이날 “우리 사회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 부정부패에 단호한 모습을 보이고 모범을 보여야 하는 것이 삼성의 위치”라며 “국정농단 범행 과정에서 영향력이나 힘이 약한 다른 기업들보다 더 적극적이었고 책임을 피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이 부회장 측은 “박 전 대통령의 적극적이고 직권남용적인 요구에 의한 (이 부회장의) 수동적 지원이 이뤄진 게 이 사건의 본질”이라며 “그 과정에서 (이 부회장은) 대통령에게 위법 또는 부당한 집무집행 요청을 하거나 청탁한 점이 없고, 뇌물 청탁의 대가로 어떤 특혜도 받은 적이 없다”고 했다. 재판부는 다음달 18일 최종 선고를 하겠다고 했다.
안효주 기자 j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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