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의 해인 2021년에도 ‘황소장(상승장)’이 전개될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주요 증권사들은 올해 코스피지수가 최고 3200포인트까지 올라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박스피(박스권에 갇힌 코스피지수)’라는 오명을 벗고 꿈의 숫자로 여겨졌던 ‘삼천피(코스피 3000)’ 시대에 들어갈 수 있다는 관측이다.
지난해에 유동성에 힘입어 증시가 올랐다면 올해는 실적장세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주요국 정부의 재정정책, 백신 보급, 달러 약세에 힘입어 반도체, 경기민감주, 친환경 관련주가 코스피지수를 끌어올릴 것으로 분석된다. 글로벌 자금이 신흥국으로 이동하는 것도 ‘삼천피’에 대한 기대를 높이고 있다. 다만 작년 말 주가 급등에 따라 올 상반기 단기적인 조정이 나타날 수 있다고도 내다봤다.
낙관적 전망은 중국을 중심으로 세계 경제가 회복기에 접어들었다는 판단에서 나왔다. 주요 수출 기업의 실적이 개선되면 이들 비중이 큰 국내 증시도 덩달아 상승할 것이기 때문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중 증권사 세 곳 이상의 컨센서스가 있는 종목 191개의 올해 영업이익은 작년(125조9940억원)보다 39.5% 증가한 175조7164억원으로 예상된다. 매출과 순이익도 각각 8.6%, 46.1%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빠른 백신 보급이 반도체 슈퍼사이클을 앞당기고 있다”며 “‘달러 약세-신흥국 통화 강세’의 조합이 더해지면서 경기민감주와 내수업종의 실적 추정치까지 끌어올렸다”고 설명했다.
일부 증권사는 ‘가치주의 시대’를 예상하기도 했다. 글로벌 수요가 회복되고 주요국에서 신재생에너지 산업을 육성하고 있어 작년 코로나19 피해주였던 운송, 기계, 철강, 화학 등이 살아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박소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그린뉴딜 등 바이든 행정부의 재정정책은 제조업 투자사이클의 반등을 이끌 것”이라며 “반도체 외에도 2차전지, 경기민감주가 증시 상승에 힘을 보탤 것”이라고 예상했다. NH투자증권도 글로벌 교역량 확대에 따라 화학, 운송 분야의 마진이 개선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단기적인 조정이 예상되는 만큼 전문가들은 조정장을 활용하는 전략을 제안했다. 김용구 삼성증권 연구원은 “시장의 출렁임이 있을 때 중장기적 시각 하에 전기·전자, 반도체, 2차전지 등 핵심 수출기업의 비중을 확대할 것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5세대(5G) 투자에 따른 정보기술(IT) 부품주, 전자상거래 시장 성장에 따른 인터넷 기업, 엔터주와 콘텐츠주도 주목할 만하다는 의견이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기업 간 콘텐츠 모시기 경쟁이 심화되면서 콘텐츠주의 수혜가 기대된다. JP모간은 “K팝 콘텐츠 인기가 증시 상승을 이끌 것”이라고 예상했다. 작년 증시를 이끈 언택트(비대면) 관련주의 동력이 약화될 것이란 전망도 있다. DB금융투자와 유안타증권은 여행, 외식, 엔터 등 코로나19 타격이 컸던 업종의 올해 실적 회복폭이 클 것으로 내다봤다.
한경제 기자 hanky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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