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선 통보는 낙선을 확신하고 풀이 죽어 있던 오후에 받았다. 드라마 ‘모래시계’에서 우석(박상원 분)은 사법고시 합격 소식을 전해 듣고는 무덤덤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한다. “될 줄 알았어요.” 그게 그렇게 멋있었는데, 언젠가 내게도 비슷한 순간이 온다면 우석이처럼만 하자고 생각했는데, 당선 통보 전화를 받던 내내 내 몸은 공중제비를 돌고 있었다. 이상과 현실의 괴리. 그 틈을 채우는 디테일을 쫓아 계속 가 볼 생각이다. 이제는 내가 어디로 가는지, 어디쯤 와 있는지 불안해하지 않겠다.
무엇보다 부모님께 당선 소식을 전할 수 있어서 기쁘다. 시골 마을에서 문학 신동으로 불렸다는 아버지께 이 소설을 바친다. 그리고 나의 진이, 은수, 은진에게. 형과 형수님, 소윤, 태령에게 이 기쁨을 전하고 싶다.
■ 허남훈 씨는
△1979년 강원 춘천 출생
△명지대 문예창작학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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