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의 마지막 비서실장 '취임사' 인용하며 떠난 노영민

입력 2020-12-31 15:50   수정 2020-12-31 16:04



"흔히 임기 후반부를 하산에 비유합니다. 저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끝없이 위를 향해 오르다가 임기 마지막 날 마침내 멈춰선 정상이 우리가 가야 할 코스입니다."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이 31일 취임 24개월 만에 물러났다. 노 실장은 마지막 말로 문재인 대통령의 글을 빌려왔다. 문재인 대통령은 2007년 3월 12일 참여정부의 비서실장으로 취임하며 하산하는 마지막 비서실장이 되지 않겠다고 한다. 그러면서 "임기 1년의 대통령에 새로 취임한 분을 모신다는 자세로 각자 마음을 다잡자”고 말했다. 떠나는 노 실장도 이 말을 통해 새로 임명된 비서실장과 청와대 참모들에게 새로운 마음으로 일할 것을 주문한 셈이다.

그는 사회를 변화시키기 위해 인내심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노 실장은 ‘빙동삼척비일일지한(氷凍三尺非一日之寒)’이란 말을 꺼내들었다. 이는 세 척의 얼음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그는 "세 척이면 1m인데 이 1m의 얼음이 하루의 추위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듯 하루의 따뜻함으로 녹일 수도 없다는 뜻으로 읽힌다"며 "우리 사회의 문제는 그 뿌리가 깊어서 인내심을 가지고 지혜를 발휘해 대응해야 해결할 수 있다는 교훈을 주는 그러한 말"이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과 일한 것이 영광이었다고도 했다. 그는 "문 대통령은 편견 없는 합리성, 사회적 약자에 대한 애정, 역사의 진보에 대한 신뢰, 그리고 이 모든 것에 기반한 미래 비전을 가지신 분"이라며 "최고의 대통령을 모셨던 지난 2년은 참으로 영광스러운 시간이었다"고 말햇다.



노 실장은 "비서실장으로서 제대로 보필하지 못한 책임도 매우 크다는 것 때문에 죄송스럽다"고도 했다. 청와대 다주택 참모 문제, 추·윤갈등 등의 국면에서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반성으로 풀이된다.

이런 과오에도 시스템반도체, 바이오, 미래차 등 문재인 정부 3대 핵심 성장축 만드는데 기여한점은 평가할만하단 분석이다. 노 실장은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장을 거치는 등 경제마인드 갖춘 참모다. 특히 비서실장이 참석하지 않는 대통령 행사에도 이례적으로 참석하며 직접 현안을 챙기는 모습을 보였다. 노 실장은 2019년부터 다른 행사에는 참석하지 않지만 3대 미래산업 현장행보만큼은 문 대통령을 직접 수행해왔다. 2019년 4월 삼성전자 화성동탄공장에서 열린 시스템반도체 비전 선포식에 처음 참석한 데 이어 5월 충북 오송에서 가진 바이오헬스비전 선포식에도 자리했다. 지난 11월에는 대한민국 바이오산업 행사에 참석하기도 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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