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이 31일 발표한 ‘2020년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소비자물가지수는 105.42(2015년=100)로 1년 전보다 0.5% 상승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19년 사상 최저치인 0.4%를 기록했는데 지난해에도 이와 비슷한 수준에 그친 것이다. 2년 연속 0%대 상승률은 1965년 통계 작성 이후 처음이다.
통계청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소비가 침체돼 물가 상승 동력이 약해졌다”며 “국제 유가 하락과 복지정책 확대도 저물가에 영향을 줬다”고 설명했다.
분야별로 보면 서비스 가격 상승률이 0.3%였다. 2019년(0.9%)보다 더 낮아졌다. 외식 등 개인서비스가 1.2% 상승하며 2012년(1.1%) 이후 가장 낮은 상승률을 보였다. 사람들이 사회적 거리두기로 외출을 자제한 영향이다. 호텔 숙박료와 PC방 이용료는 각각 6.1%, 1.1% 하락했다. 공공서비스 가격은 1.9% 내려갔다. 고교납입금, 통신비 등 정부 지원 확대로 관련 가계 지출이 줄었기 때문이다. 공업제품 가격은 0.2% 내렸다. 소비 침체 외에 국제 유가 하락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경기 온도계’로 불리는 근원물가(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는 지난해 0.4% 오르는 데 머물렀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0.2%) 이후 최저치다. 근원 물가는 날씨 등 외부 요인에 따라 물가 변동이 심한 품목을 제외한 물가 지표를 말한다.
하지만 밥상 물가는 상대적으로 많이 올랐다. 지난해 농축수산물 가격은 전년보다 6.7% 상승했다. 2011년(9.2%) 이후 9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양파(45.5%)와 배추(41.7%), 돼지고기(10.7%), 김치(8.9%) 등의 상승폭이 특히 컸다. 피부로 느끼는 체감 물가는 많이 올라 가계 운영에 부담이 커졌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먹거리 외에 집세도 서민의 시름을 키웠다. 집세는 2019년 0.1% 감소에서 지난해 0.2% 증가로 돌아섰다. 전국적인 전·월세난 탓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2021년엔 경기가 점진적으로 회복되고 국제 유가가 오를 것으로 예상돼 소비자물가가 1.1%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2021년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한국은행이 1.0%, 한국개발연구원(KDI)이 0.7%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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