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의 정점은 올림픽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꼭 다시 해보고 싶은 경험이에요.”
4개의 메이저대회 타이틀과 올림픽 금메달을 모두 보유한 세계 최초 ‘골든 그랜드슬래머’ 박인비(33·사진)는 새해 목표를 올림픽 2회 연속 출전으로 세웠다며 이같이 말했다. 1일 전화 인터뷰에서다. 미국에서 귀국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조치에 따라 자가격리 중인 그는 5년 전 올림픽에서의 추억을 떠올리며 “‘우리나라를 위해 무언가 했다’는 성취감을 강하게 느낄 수 있는 게 올림픽의 매력인 것 같다. 4년마다 돌아오는 올림픽에서 거두는 성과는 그 어느 메이저대회 우승보다 사람들의 기억에 많이 각인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세계랭킹 3위인 박인비는 오는 7월 개막하는 도쿄올림픽의 골프 종목 출전권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세계랭킹에서 한국 선수 중 상위 4명 안에 들어야 하는데, 한국 내 ‘올림픽 랭킹’ 4위인 김효주(26·세계 9위)와의 격차가 꽤 크다. 그런데도 2회 연속 출전을 목표로 세운 건 겸손함 때문만은 아니다. 박인비는 “골프에서 한국을 대표해 올림픽 대표로 나서는 건 양궁만큼이나 어려운 것 같다”며 “워낙 후배들이 쟁쟁해 올림픽 출전권이 결정되는 날까지 최선을 다해야 한다. 방심하면 언제든 뒤집힐 수 있다”고 했다.
후배들 중에선 세계 1위 고진영(26), 2위 김세영(28)이 눈에 띈다고 했다. 박인비는 “고진영과 김세영이 요새 가장 ‘핫’하지 않으냐”며 “실력의 차원이 다르다고 생각될 정도로 경기력이 탄탄하다”고 칭찬했다. 그러면서 “매주 컨디션에 따라 잘하는 선수가 바뀌지만 고진영과 김세영은 항상 그런 선수들을 상대로도 이긴다는 자신감이 있는 것 같다”며 “아무에게나 오는 순간이 아니다”고 했다.
처음 스윙 코치로 인연을 맺은 남씨는 2014년 박인비와 결혼했다. 지난해 두 차례 캐디로 나서 박인비를 보좌하기도 했다. 박인비는 “남편이 캐디로 나서는 걸 남편도 나도 두려워했는데 함께 호흡을 맞춰보니 생각보다 잘 맞았다”며 “언제든 비상 상황이 생기면 캐디백을 맡기려 한다”고 털어놨다.
박인비는 남씨만큼이나 오랜 인연인 KB금융그룹과도 ‘롱런’ 중이다. KB는 박인비가 스폰서를 구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던 2013년부터 박인비의 모자 앞자리를 채워주고 있다. 박인비는 “KB라는 기업 브랜드가 주는 믿음이 있다”며 “그런 브랜드 가치에 부응하기 위해 새해에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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