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이 디지털 등 각 분야에서 전문성이 있는 고위급 외부 인재를 잇따라 영입하고 있다. 업권간 경계가 무너지면서 경쟁력 있는 외부 인사 수혈에 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내부에서만 임원을 뽑던 보수적인 은행권 특유의 ‘순혈주의’도 무너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신한은행은 빅데이터·디지털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지난달 초 김혜주 전 KT 상무, 김준환 전 SK C&C 상무를 영입했다. 김혜주 상무는 국내 1세대 빅데이터 전문가로, 은행장 직속의 디지털 혁신단과 마이데이터 사업 총괄을 맡았다. 데이터 유닛 그룹장에 오른 김준환 상무는 미국국립표준기술연구소, 삼성전자를 거쳐 SK C&C 그룹장을 맡아 빅데이터와 AI 부문을 이끌어 왔다. 국민은행도 같은달 인사에서 삼성전자 출신 유세근 클라우드플랫폼단 본부장을 영입했다.
이에 앞서 지난해 7월 농협은행은 이상래 전 삼성 SDS 상무를 디지털금융부문장(CDO, 부행장)을 뽑았다. 농협은행에서 준법감시인을 제외하고 외부 출신 부행장이 영입된 건 처음이다. 국민은행도 지난해 4월 삼성전자,현대카드 출신 디지털 분야 전문가인 윤진수 부행장을 선임하기도 했다.
여성 전문 인력도 잇따라 영입됐다. 하나은행은 이인영 소비자리스크관리 그룹장을 선임했다. 그는 김앤장법률사무소 변호사, SC제일은행 리테일금융 법무국 인사 등을 지낸 법률 전문가다. 기업은행은 현대카드 출신의 조민정 홍보 브랜드 본부장을 지난해 말 개방형 직위 공개 채용을 통해 선임했다.
외부 출신의 승진 인사도 활발해지고 있다. 하나금융투자 출신인 황원철 우리은행 DT추진단장은 지난달 부행장보로 승진했다.
이같은 변화는 고무적이라는 게 은행권 얘기다. 과거에도 외부 영입 입사가 종종 있었으나 정해진 직책에서 임기만 마치고 퇴사하는 사례가 많았다. 은행권 특유의 폐쇄적인 문화를 넘어서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임원은 “빅테크와의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위기 의식이 어느 때 보다 커진 만큼 전문성 있는 외부 인재를 끌어오려는 시도는 더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소람/김대훈 기자 ra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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