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헬스장만 한달 넘게 금지하나"…영업강행하는 업주들

입력 2021-01-04 14:34   수정 2021-01-05 00:55


4일 오전 서울 용산구에 있는 495㎡ 규모 2층짜리 S헬스장. 관장 김성우 씨(45)는 약 4주 만에 시설에 불을 켜고 청소하는 등 운영 준비를 시작했다. 김씨는 “불합리한 정부의 행정명령에 더 이상 따르지 않겠다”며 “방역에 반대하는 게 아니라 납득할 수 있는 기준 안에서 생존권을 보장해달라는 일종의 호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 마포구에서 헬스장을 운영하는 정모씨(34)도 이날 오전 9시부터 문을 열었다. 정씨는 “헬스장에만 불합리한 방역지침이 내려와 한 달 넘게 집합금지를 당하고 있다”며 “항의의 표시로 밤 9시까지 불을 켜둘 것”이라고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로 영업이 금지된 헬스장 등 실내체육시설 업주들이 정부에 항의하기 위해 문을 열기 시작했다. 식당처럼 밤 9시까지 제한적 운영을 허용해달라는 게 이들의 요구다. 온라인 카페 헬관모(헬스장관장모임) 등 온라인상에서는 이들의 ‘오픈 인증’ 릴레이가 잇따르고 있다.
“왜 우리만 금지냐”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지난 3일 스키장과 9인 이하 학원·교습소 등의 운영을 일부 허용하면서 또다시 형평성 논란이 불거졌다. 태권도장, 발레학원 등은 아이들 돌봄 공백 우려 등을 이유로 허용되지만, 헬스장 합기도장 등 일반체육시설로 등록된 곳은 계속해서 운영이 금지되기 때문이다.

회원 수 4만여 명인 헬관모에는 “학원이나 헬스장이나 모여서 운동하는 건 같은데 왜 어디는 되고 어디는 안 되냐”며 “항의 표시로 영업을 강행하겠다”는 게시물이 잇따라 올라왔다.

카페 업주들도 “정부에 대한 항의 차원에서 오픈을 강행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 자영업자 온라인 카페에는 “헬스장도 오픈을 강행한다는데 카페도 열어야 하는 것 아니냐. 국가가 (생계를) 책임져줄 것도 아니지 않느냐”는 글이 올라왔다. 카페업주들도 지난해 11월 카페 내 취식금지 조치가 내려지자 “브런치 카페는 매장 이용이 허용되는데 일반 카페는 왜 불가능하냐”며 반발했었다.
벼랑 끝 내몰려
방역당국은 사회적 거리두기 기준을 ‘필수적인 것’과 ‘아닌 것’으로 나누고 있다는 입장이다. 이를테면 식사는 생존을 위해 필요하기 때문에 식당 영업은 허용하지만 음료는 꼭 먹지 않아도 되는 것이어서 카페 영업은 금지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부 자영업자들은 “다수에게 생존이 걸린 문제를 임의적인 기준으로 나누는 것에 이젠 도저히 따를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헬스장 관장 김모씨는 “집합제한 및 금지 조치가 약 8주째 지속되면서 전체 회원 약 700명 중 100명 이상이 환불 요청을 했다”며 “아르바이트생 3명을 모두 내보냈고 이대로 다음달 중순까지 가다간 문을 닫아야 할 만큼 위기 상황”이라고 말했다.

헬스장 네 곳을 운영한다고 밝힌 래퍼 스윙스는 지난 3일 SNS를 통해 ‘코로나 시대, 실내체육시설도 제한적·유동적 운영이 필요합니다’란 청와대 국민청원 링크를 게재했다. 해당 청원은 4일 오후 2시 기준 16만 명 이상이 동의했다.

필라테스피트니스사업자연맹은 5일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 생존권 보장을 촉구하는 시위를 할 예정이다. 박주형 필라테스피트니스사업자연맹 대표는 “현장에서 형평성 있는 방역 조치가 이뤄질 수 있도록 여당에 촉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숙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 생활방역팀장은 “2주일 뒤 집합금지 시설을 어떤 방식으로 (운영을) 허용할지 면밀하게 검토하고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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