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현대자동차 SK LG 롯데 등 국내 5대 그룹은 올해 신년회를 열지 않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총수들의 신년사는 이메일 또는 영상으로 공유됐다. 하지만 메시지는 그 어느 때보다 공세적이었다. 위기에 적절하게 대응해 어려운 시기를 잘 넘기자는 수준에 그치지 않았다. 위기에 위축되지 말고, 반드시 이기는 한 해를 만들자는 당부와 함께 1등으로의 도약을 독려했다. 총수들은 기업가 정신과 고객을 강조하기도 했다.
“올해가 새로운 시대 원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따로 신년 메시지를 내지 않았다. 대신 경기 평택의 신규 반도체공장에서 열린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설비 반입식에 참석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올해를 ‘새로운 삼성’의 원년으로 만들자고 선언했다. 이 부회장은 “협력회사, 학계, 연구기관과 협력해 건강한 생태계를 구축해 시스템 반도체에서도 신화를 이루자”며 “함께하면 미래를 활짝 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신성장동력으로의 대전환’을 올해 경영 화두로 내걸었다. 정 회장은 “글로벌 친환경 티어1(최상위) 브랜드로서 입지를 확고히 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그는 “신기술에 대한 투자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미래시장 기회를 선점하겠다”며 “새로운 시대의 퍼스트무버(선도자)가 되겠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전기차, 수소연료전지, 자율주행, 커넥티비티, 소프트웨어,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로보틱스 등 미래 먹거리를 하나하나 언급하기도 했다.
“고객 중심, 기업가 정신이 핵심”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 1일 신년사를 임직원과 공유했다. 최 회장은 “올해도 우리의 일상은 녹록지 않겠지만, 창의적인 노력으로 극복할 수 있다”며 “도전과 패기, 새로운 기업가 정신을 기초로 힘과 마음을 모으자”고 촉구했다. 이어 “이 겨울이 지나면 봄이 올 것이고, 우리가 함께 그 봄을 재촉하자”고 강조했다. 경기회복을 기다리기보다 이끌겠다는 의미다. 그는 또 ‘사회와 공감하는 새로운 기업가 정신’을 화두로 제시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임직원들에게 고객과 집요함을 주문했다. 코로나 위기에 대해 언급하는 대신 경영의 본질에 집중하자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구 회장은 “고객을 더 세밀히 이해하고 마음속 열망을 찾아 고객 감동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고객이 감동하고 열광할 때까지 절대 타협하지 않겠다는 집요함으로 작은 것 하나부터 정성스레 만들어가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위기에 위축되지 말고 경기 회복을 주도하자는 목표를 제시했다. 신 회장은 “주변 위험에 위축되지 말고 그룹 차원의 시너지를 내는 데 집중하자”며 “경제가 활력을 되찾을 때 즉각 대응할 수 있도록 준비된 자세와 경기 회복을 주도하겠다는 능동적이고 자발적 태도가 필요하다”고 독려했다.
도병욱/이선아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