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게임산업이 올해도 고성장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지난해 17조원을 돌파한 데 이어 올해 18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 판매 기준 자동차 시장(59조원)의 3분의 1수준으로 덩치가 커진 것이다. 이 같은 성장은 1980년대 ‘전자오락실’ 세대에서부터 이어져온 게임 마니아들의 ‘팬덤’이 이끌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들의 소비로 꾸준히 성장한 게임산업의 유·무형 경제적 가치는 연간 24조원으로 평가됐다.
수출은 8조원 육박
4일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2020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게임 시장 규모는 17조93억원으로 추산됐다. 직전 연도보다 9.2% 성장한 규모다. 올해 한국 게임산업 규모는 작년보다 7.4% 커진 18조2683억원으로 보고서는 내다봤다.
한국 게임산업의 견조한 성장은 모바일 게임이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모바일 게임 시장 규모는 9조3926억원으로 1년 전보다 21.4% 늘었다. 국내 전체 게임 시장의 55.2%를 차지한다. 수출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19년 수출액은 전년 대비 3.8% 늘어난 66억5778만달러로 집계됐다. 같은 해 연평균 환율을 적용하면 7조7606억원 규모다.
매출 상위 업체들이 성장을 주도했다. 국내 게임업체 처음으로 시가총액 30조원을 넘어선 넥슨은 지난해 매출이 3조원을 돌파했을 것으로 진흥원은 추산했다. 넷마블도 지난해 2조5000억원을 벌어들여 역대 매출 최고치를 갈아치운 것으로 보인다. 엔씨소프트도 모바일 게임 ‘리니지’ 시리즈의 흥행으로 매출 2조원 돌파가 확정적이다. 게임 3사 매출이 전체 게임업계 매출의 절반가량을 차지한 셈이다.
게임 ‘배틀그라운드’를 앞세운 크래프톤도 매출 2조원 달성이 예상된다. 스마일게이트는 지난해 매출 1조원을 처음으로 돌파했다고 최근 발표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게임 이용자들의 게임 이용 시간이 늘면서 한국 게임업체 실적이 예상보다 좋아졌다”고 설명했다.
일자리 26만 개 만든 ‘게임 덕후’
10년 전(7조4312억원)보다 두 배 이상 커진 한국 게임산업의 성장을 게임 마니아들이 이끌었다는 분석도 나왔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경희대 산학협력단을 통해 연구한 ‘게임 분야 팬덤’ 보고서에 따르면 게임 관련 산업의 연간 매출과 무형 가치는 지난해 기준 139조1000억원이다. 이 가운데 게임 팬덤에 힘입어 발생한 매출은 24조1000억원으로 추산됐다. 게임 이용 빈도가 1주일에 6~7회인 ‘게임 애호가’ 덕분에 누린 산업 효과라는 게 보고서의 결론이다. ‘게임 팬덤’이 한국 경제 전체에 기여한 유·무형 가치를 분야별로 보면 생산유발효과 41조9000억원, 부가가치유발효과 21조2000억원, 취업유발효과 26만5000명으로 집계됐다. 경희대 산학협력단은 “기존 PC 온라인 게임 팬덤이 (같은 게임 IP의) 신규 모바일 게임과 후속작 소비로 이어지고 있다”며 “게임 방송 중계, 게임 리그도 생기고 다른 업종의 기업들도 광고주로 나서는 새로운 산업 생태계가 등장하는 데 팬덤이 큰 기여를 했다”고 설명했다.
앱 분석업체인 아이지에이웍스에 따르면 2015년 상반기 구글플레이 기준 모바일 게임 매출의 90%가 이용자 1%에서 나온 것으로 조사됐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지금도 특히 모바일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의 경우 일명 ‘고래’라고 불리는 게임 지출 최상위 이용자들이 게임업체를 먹여 살리고 있다”고 말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