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소상공인과 생계형 자영업자를 중대재해기업처벌법(중대재해법) 처벌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한 것은 “자영업자를 예비 범법자로 규정한다”는 소상공인들의 반발을 의식했기 때문이다. 애초부터 무리한 법을 제대로 된 의견 수렴도 없이 밀어붙이다가 당사자의 반발에 부딪히면 땜질식으로 수정한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의장은 5일 한 라디오 방송에서 “처벌 관련 법만 나오고 예방과 관리 점검 부분이 소홀했다”면서도 “지금 법 통과가 일단 급하니까 한다”고 졸속 입법 추진을 자인했다.
당초 법안에는 음식점, 노래방, PC방, 목욕탕 등 다중이용시설에서 발생하는 사망사고를 ‘중대시민재해’로 규정해 자영업자까지 처벌대상에 포함해 논란이 일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소상공인들을 예비 범법자로 규정하는 것이며 장사를 접으라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반발했다. 이런 요구에 따라 상시 근로자 5인 미만은 제외됐지만, 근로자를 ‘4인’으로 맞추기 위한 해고 움직임이 나타날 가능성도 작지 않다.
이날 소위에서는 학교 및 학교장을 처벌 대상에 포함하는 안도 최종적으로 재논의됐다. 다중이용시설에 학원이 포함돼 있는데 법안에 학교는 빠졌다는 여당 내 강경론자들의 지적이 나오면서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이날 “학교·학교장을 처벌 대상에 포함하는 중대재해법 논의를 중단·철회하라”고 촉구했다.
고의로 사고를 일으키거나 안전 의무를 다하지 않은 근로자를 처벌하는 규정은 아예 포함되지 않았다. 노동계에서 중대재해법의 필요성을 주장할 때 예로 드는 호주의 경우 산업안전보건법상 근로자의 의무도 규정돼 있다. 이를 위반하면 근로자도 처벌 대상이 된다. 재계 관계자는 “해고 노동자가 사업장에 복귀해 자해한 경우에도 고용주는 처벌대상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소기업계는 전날 여야 원내대표에 이어 윤호중 법사위원장을 만나 중대재해법 제정 중단을 촉구했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은 “원·하청 구조와 열악한 자금 사정 등으로 중소기업들은 모든 사고의 접점에 있을 수밖에 없다”며 “법 제정을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미현/김소현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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