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디 한마디 허투루 들리지 않는 다채로운 주문 속에서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신산업 규제완화가 팬데믹 탈출의 핵심 수단’이라고 이구동성으로 제언한 대목이다. 존 테일러 스탠퍼드대 교수는 “신성장산업 촉진에 정책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규제완화는 글로벌 이슈”라고 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라스 피터 핸슨 시카고대 교수도 “기업 정상화뿐만 아니라 새로운 기업 촉진정책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기적 같은 선방’이라며 자화자찬 중이지만 실상 ‘노인 알바’나 ‘토목 투자’ 같은 대증요법만 남발해온 한국 정부의 행보와 정반대되는 처방이다.
정부는 출범 초부터 ‘혁신경제’를 부르짖었지만 실제로는 세계 유일·최강의 반(反)시장 규제를 줄줄이 도입하며 혁신의 싹을 자르고 있다. 원격의료산업이 코로나 이후 급성장해 선진국은 물론 중국·동남아까지 시장선점 경쟁에 뛰어들었지만 한국에선 여전히 불법이다. 그래도 정부는 “바이오헬스를 미래 ‘빅3 산업’으로 키우겠다”는 허망한 구호를 무한반복 중이다. 수요가 폭발한 플랫폼 비즈니스 및 공유서비스산업, 자율주행·드론 같은 신산업 전반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굴뚝경제 시절’의 규제 잣대를 들이대다 보니 사업을 포기하거나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규제가 없는 해외로 탈출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지난해 팬데믹에도 수출로 우리 경제를 지탱한 기업이 위기극복 주역임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위기에 더 힘을 발휘하는 기업들의 저력과 혁신에 끝없이 도전하는 인재들을 빼고 미래를 논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그런데도 정치권에선 선거의 유·불리를 따지며 이들을 장기판 졸, 바둑판 사석처럼 대하는 게 현실이다. ‘규제 공화국’으로 치달으면서 말로는 ‘위기 후 선도국가’가 되겠다는 비전이 얼마나 모순인지 돌아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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