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경제 사령탑인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연초부터 모든 역량을 부동산 시장 안정에 쏟아붓겠다고 했다고 공언했으며,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도 시장 안정으로 국민의 근심을 덜어주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역시 신년사에서 부동산 시장 안정을 강조했다. 변 장관은 "집값 걱정과 전·월세 문제 등으로 힘겨워하는 국민의 근심을 덜어드리는 일을 비롯해 올해 우리 앞에는 많은 과제가 산적해 있다"고 했다.
김대지 국세청장까지 거들었다. 김 청장은 "올해 부동산 취득자금 출처와 부채상환 등에 대한 검증을 강화해 변칙적 탈루에 빈틈없이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권에서도 부동산 정책에 대한 다양한 요구가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최고위원은 작년 12월 31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정부의 부동산 정책과 관련 "점수 50점 이상은 주기 어렵다. 여론조사를 보면 70%가 부동산에 문제가 있다고 한다"면서 정면돌파식으로 서울에 고밀 개발을 하면 연간 15만 호 공급도 가능하다고 했다.
친여 논객인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부동산 관련 세제가 너무 느슨하다며 과세 강화를 주문했다. 그는 지난 1일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모든 소득에 과세하되 불로소득에 대해선 더 높은 비율로 과세하는 것이 합당하다"면서 "소득세보다 너무 헐렁하게 세금을 걷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많다"고 했다.
그동안 나온 24차례의 부동산 대책으로 세제, 금융 등 내놓을 만한 정책은 거의 다 발표했지만 집값은 쉽게 안정되지 않는 분위기다. KB주택가격동향 시계열 통계에 따르면 작년 12월 마지막 주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0.28% 상승했다. 전국 전셋값 상승률도 0.29%로 여전히 높았다.
부동산 시장 안팎에서는 오는 4월 부산시장과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치르기 위해서는 과열된 집값과 전·월세의 고삐를 잡아야 하는 만큼 시장이 안정되지 않을 경우 뭔가 또 다른 대책이 나올 수도 있다며 정부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일단 현재 예고된 대책은 변 장관이 작년 12월29일 취임식에서 밝힌 도심 공급대책이다. 변 장관은 "주택시장의 불안을 극복하고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국민들이 원하는 곳에, 원하는 수준의 맞춤형 주택을 속도감 있게 공급해야 한다"면서 설(2월 12일) 전에 대책을 발표하겠다고 했다.
변 장관은 인사청문회 등을 통해 역세권과 준공업지역, 연립·다가구 등 저층 주거지의 고밀 개발 방안을 강조해왔다. 용적률이나 도시계획 규제 완화 등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주되 공공개발로 개발 이익을 환수하고 공공임대 물량을 확보하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야권과 시장 일각에서는 임대차법과 도심 재건축 규제, 대출 억제 등 기존 정부 정책의 포기 또는 대수술을 요구하지만, 정부가 정권의 철학이 담긴 정책 기조에 손을 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지금으로서는 국토부 장관이 예고한 공급대책 외에 특별한 대책을 검토하지는 않고 있다"면서 "다만 공급 쪽을 더 강화하고, 기존 대책 가운데 꼭 손봐야 할 부분을 보완하는 정도는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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