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삼 외교부 대변인은 5일 정례브리핑에서 “주이란대사관의 담당 영사를 선박 소재 지역에 급파했다”며 “동시에 가장 이른 시일 내에 담당 지역국장을 실무반장으로 하는 실무대표단이 이란 현지에 급파돼 이란 측과 양자 교섭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른 여러 가지 국내의 유관 부문들 역시 이란 정부 내의 유관당국과 긴밀한 소통과 협조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란 현지에 파견되는 대표단은 고경석 아프리카중동국장을 반장으로 해 관련 부서 직원들로 구성될 전망이다. 대표단은 빠르면 오늘 이란으로 떠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는 이날 오후 강경화 장관이 주재하는 대책본부회의를 열고 후속 대책을 논의했다. 조속한 억류 해제를 위해 국제사회와의 소통을 이어가고 선박 나포 과정에서의 국제법 위반 여부 등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최종건 외교부 1차관도 오는 10일부터 2박 3일 일정으로 이란을 방문한다. 최 차관의 이란 방문은 선박 나포 이전부터 계획돼왔다. 최 대변인은 “최 차관 방문은 선박 억류 건과 별도로 오래전부터 양자 간 전반적인 현안 협의를 위해 추진돼 왔던 사안”이라며 “양국 간 공동 관심사에 대한 폭넓은 협의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 차관의 당초 이란 방문 목적은 국내 은행에 동결된 이란 원유 수출대금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은 이란에 국내 은행들에 개설된 이란 중앙은행의 원화계좌로 원유 수입 대금을 지급해왔지만 2010년부터 미국의 대(對)이란 제재가 강화돼 최대 90억달러(약 9조7000억원)가 동결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은 의약품을 비롯한 인도적 물품 거래는 제재에서 예외가 허용된다는 점을 이용해 해당 자금을 코로나19 백신 대금 지급에 쓰는 방안을 검토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호세인 탄하이 이란·한국 상공회의소 회장은 3일(현지시간) 현지 매체에 “최우선으로 동결자금은 백신을 구매하는 데 사용될 수 있다”며 “양국이 동결자금을 사용하는 방안을 놓고 논의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선박 나포라는 이란의 초강수가 이 협상을 유리하게 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사태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2019년에도 “국제 해양법을 위반했다”며 영국 선박을 나포한 바 있다. 당시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전방위 대응에 나섰음에도 선박 억류 해제까지는 65일이 걸렸다.
한편 외교부는 이날 사이드 바담치 샤베스타리 주한 이란대사를 초치해 전날 이란 혁명수비대의 우리 국적 선박 한국케미호 나포에 대해 항의하고 유감을 표했다. 샤베스타리 대사는 이날 외교부 청사에 들어와 취재진에게 “(선원들은) 모두 안전하다”며 “그들의 건강에 대해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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