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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동부구치소 재소자들의 집단 코로나 감염은 대한민국이 얼마나 기본이 안 돼 있는지를 그대로 보여준다. 정말로 부끄럽고 참담한 일이다. 지난해 코로나 대응을 잘 했느니 못 했느니 하면서 ‘K방역’ 어쩌고 했던 일이 민망할 뿐이다. 미국 대통령과 영국 총리를 보면 백악관과 다우닝가10번지에서도 코로나 확진자는 나올 수 있다. 어디서나 생길 수 있고, 백신을 맞기 전까지는 누구도 예외가 아니라고 보면, 구치소라 해서 예외는 아니기도 할 것이다.
문제의 핵심은 구치소에서의 환자발생 자체가 아니다. 순식간에 한 곳에서 1000명이 넘는 확진자가 나온 것은 분명 놀라운 일이긴 하지만, 숫자의 많고 적음에 충격과 자괴가 달라지는 것도 아니다. 핵심은 구치소의 안전 호보 관리, 즉 교정행정과 관련 정책을 담당하는 법무부가 정부로서 제 역할을 했느냐는 것이다. 예방 방역과 초기 대응, 사후 확진자 보호 관리를 보면 이번 사태는 정상적 문명국가라고 할 수 없다. 마스크의 보급 문제에서부터 확진 비상식적인 사망자의 화장 처리 등 이미 웬만큼은 알려진 내용을 다시 거론하기조차 민망하다. “추미애는 윤석열과 싸우느라 막중한 법무장관 역할을 다 잊어버린 거냐”는 시중의 비판과 냉소에 법무부는 뭐라고 변명이라도 할 수 있을까. 흘러가는 한 번의 사과로 끝날 일이 아니라, 전 과정을 백서로 남겨야 한다.
정당은 정치적 논쟁을 하면서 경쟁을 하는 이익결사체다. 그 논쟁, 정당 간 다툼인 정쟁이 좀 더 생산적인 정쟁이면 좋겠고, 좁은 의미의 정책적 논쟁이면 물론 더 좋겠다. 하지만 정책과 정치는 개념상으로나 구별될 뿐, 현실에서 서울 경기도 구별 하듯이 선 그을 수도 없다. 더구나 동부구치소의 참상 같은 사고는 전근대적 교정정책, 재소자 안전관리에 관한 교도행정의 문제 아닌가.
책임정치의 구현이라는 차원에서도 정쟁이라며 함부로 깎아내리고 역 비난해서는 곤란하다. 제대로 사과하면서 잘 수습하고 재발을 막는 게 중요하다. 진정성 있게 사과하고, 그런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약속하며 노력하면 될 일이다. 그래야 책임정치가 된다. 그럼으로써 다음 선거에서 또 자신들의 정책을 유권자에게 세일즈 할 수 있다.
여당이라면 더 적극적으로 “정책대결의 장으로 선거를 치르자”라고 해야 하는 것 아닌가. 더구나 서울시장이나 부산시장을 왜 보궐선거로 뽑게 됐나. 두 전직 시장들은 성추문이라는 ‘잡범’행위 때문에 부재상황이 됐고 국민 세금에서 나가는 막대한 비용으로 보궐선거를 치르게 된 것이다. “정쟁하지 말자”는 자기 당 대변인의 주장과 연결시켜 봐도 그렇다. 급등한 집값, 부동산 문제는 최고 최대의 정책현안인 것이다. “얼마든지 비판하고 공격해보라. 우리는 우리가 (지금까지 24번의 억제 정책을 낸 것처럼) 그렇게 할 수밖에 없던 상황을 말하겠다”라며 오히려 한 발 더 나아가 “(몇 번이나 말해 왔듯이) 효과는 차차 나타날 것이다”라고 자신 있게 유권자를 설득하고 당당하게 나서야 국회에서의 덩칫값이라도 하는 것 아닌가. 그런데 “그 얘기는 하지 말자”고?
책임정치를 말하기도 민망한 수준의 ‘정치 희화화’다. 정치 냉소를 부채질하면서 저급한 퇴행 정치를 자초하고 있다. 스스로의 행위와 선택에 책임도 분명히 지고 좀 더 당당한 정치가 그리도 어려울까. “사회 각 영역에서 사회 갈등·대립이 심화되고 있고, 그런 갈등·대립이 법원으로 밀려드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는 대법원장의 쓴 소리(신년사)를 국회와 정당은 어떻게 듣고 있나. 사회적 갈등과 대립을 해소하기는커녕 속보이는 진영논리나 지지표 계산으로 오히려 부추기기나 한다면 그런 국회나 정당은 존재이유가 없다.
허원순 논설위원 huh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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