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정환의 모험자본 포커스] 자율주행 배송 로봇차의 새장 열어가는 누로…그리고 현대차의 과제

입력 2021-01-06 10:29   수정 2021-01-06 10:30

≪이 기사는 01월05일(05:33)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자율주행 배송 로봇차를 만드는 스타트업 누로(Nuro)가 실리콘밸리 투자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으며 최근 5억 달러(약 5500억원) 규모의 시리즈C 투자를 유치했다.

이번 투자엔 성장주 투자에 강한 자산운용사인 티로우프라이스(T.Rowe Price)의 주도로 피델리티, 베일리 기포드 등 유수의 운용사가 참여했다. 기존 투자자인 소프트뱅크 비전 펀드1과 그레이락도 후속 투자에 참여한 이번 라운드로 누로는 포스트 머니 밸류 50억 달러(5조 5000억원)을 기록했다.

누로는 2016년 구글 엔지니어 출신의 데이비드 퍼거슨(David Ferguson)과 지아준 주(Jiajun Zhu)가 만든 기업이다. 2019년 2월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 비전펀드로부터 한화로 1조원을 넘어서는 9억 4000만 달러의 투자를 유치하면서 전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CB인사이트에 따르면 누로는 창립 이후 15억 달러의 투자를 유치해,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투자를 받은 인공지능(AI) 스타트업으로 꼽힌다.

누로는 다른 자율주행 모빌리티 업체들과 달리 물건을 운반하는 저속 전기 자율주행 차량을 설계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도요타 프리우스 기반 차량에서 시작해 2018년 자체 설계 차량인 R1을 내놓은 누로는 2019년 보다 진화된 모델인 R2를 내놨다.

2018년 슈퍼마켓 체인 크로거와의 파트너쉽을 시작으로 누로는 대형 약국 체인 CVS, 도미노 피자, 월마트 등과 제휴하며 애리조나, 캘리포니아, 텍사스 등에서 자율주행 시범 운행을 수행하며 실적을 쌓았다. 지난해 12월엔 캘리포니아주에서 처음으로 유료 자율주행 허가를 받으며 자율주행 업계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작년 10월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구글 웨이모가 무인 택시 운행을 시작한 데 이은 진전이다.

누로가 개발한 R2는 로봇과 자율주행기능, 전기차 등 다양한 기술의 결합체다. 경차보다 작은 크기의 R2는 레이더와 열화상 및 360도 카메라를 이용해 자율주행이 가능하고, 내부 센서를 통해 식료품이 신선함을 유지할 수 있도록 온도 조절도 가능하다. 목표지에 도착 후 고객이 설정한 비밀번호를 누르면 문이 열리며 물건을 전달하는 식이다.

최근 누로는 자율주행 트럭 스타트업 아이크(Ike)를 인수하며 배달의 범위를 넓혀나가고 있다. 지역 배송에 국한된 누로의 사업을 중거리 배송, 트럭 배송 등으로 넓혀나가려는 시도다. 무인 자율주행 로봇이라는 정체성을 갖고 개발된 R2는 운전대도, 앞뒤로 튀어나온 엔진룸이나 트렁크도 없는 달걀과 같은 모양이다. 사고 시 인명 피해를 줄이기 위해 설계된 디자인이다.

전통 자동차 업체들이 지배하고 있는 중거리, 트럭 분야에서도 누로는 기존 물류 모빌리티가 따르던 법칙과 전혀 다른 새로운 제품을 내놓을 가능성이 높다. 누로는 자동차 업체로 시작한 기업이 아닌 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시작된 기업이기 때문이다.


로보틱스와 인공지능, 모빌리티를 결합시키는 누로의 행보는 회사의 역사나 규모는 다르지만 현대자동차의 최근 행보와도 맞닿은 부분이 있다. 현대차 그룹은 지난 달 1조원을 투자해 4족 보행 로봇으로 알려져 있는 글로벌 로봇 개발사 보스턴다이나믹스를 인수했다. 공교롭게도 보스턴다이나믹스를 현대차에 판 것은 2017년 구글로부터 이 회사를 인수했던 소프트뱅크다.

보스턴다이나믹스 인수는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 자율주행차로, 자동차에서 로보틱스, 도심항공모빌리티(UAM)으로 사업 포트폴리오 변화를 천명한 현대차의 행보를 상징한다. 현대차는 2019년 자율주행 전문업체 앱티브와의 합작 법인을 설립하고 20억 달러(2조 2300억원)을 투자한 바 있다.

모빌리티와 로보틱스, 자율주행기술의 결합은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제품 탄생을 예고하고 있다. 자동차(현대·기아차)를 비롯해 물류(현대글로비스), 로봇·스마트팩토리(현대위아), 전장부품(현대모비스), 방산·철도(현대로템)등 현대차가 영위하는 모든 분야에서 새로운 변화가 일 수 있다.

많은 전문가들이 최고의 기술 개발 역량은 갖고 있지만 상용화 역량이 부족한 보스턴다이나믹스와 기술력과 양산 능력을 겸비한 전문 제조업체 현대차의 만남이 시너지를 낼 것이라 예측한다. 개발 능력과 양산 능력의 만남 이상으로 기대되는 것은 전통적인 이동수단, 모빌리티의 고정관념을 깬 시도다.

4륜 자동차와 4륜 보행 로봇의 만남은 과연 완전히 새로운 모빌리티의 '카테고리'의 발명, 그것이 만들어내는 시장의 탄생으로 이어질 수 있을까. 전통 자동차 업체의 길을 걸어온 현대차의 과제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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