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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현지시간) 미국경제학회(AEA) 연례 총회에선 통화·재정정책의 실증적 연구로 2011년 노벨경제학상을 공동 수상한 크리스토퍼 심스 프린스턴대 교수와 토머스 사전트 뉴욕대 교수가 주목받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에서 미국이 유례없는 경기 부양책을 쏟아내고 있어서다. 미 중앙은행(Fed)은 작년 3월 기준금리를 제로(0) 수준으로 낮췄고, 정부는 지금까지 3조5000억달러 규모의 부양책을 시행했다. 3일간 화상으로 열린 세계 최대 경제학계 행사는 이날 막을 내렸다.
그는 “실질금리가 제로이기 때문에 정부가 빚을 내더라도 추가 부담을 질 필요가 없다는 인식이 확산됐다”며 “하지만 인플레이션이 현실화하는 시점이 되면 근로소득세 등의 증세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MMT라는 좌파적 개념이 결과적으로 세금 구조를 왜곡시키는 작용을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심스 교수는 벡터 자기회귀 모형(VAR)을 활용해 경제정책 등이 바뀔 때의 영향을 연구해온 이론계량경제학의 대가로 꼽힌다. 그는 “금리가 다시 오르기 시작하면 급작스러운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을 맞을 수 있다”며 “이를 막으려면 정부가 또다시 막대한 규모의 적자 재정을 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정부 주도 정책에만 의존하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는 의미다.
사전트 교수와 마르코 바세토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 이코노미스트는 공동으로 ‘재정·통화정책: 속도위반 결혼(shotgun wedding)’이란 연구 논문을 발표했다. 바세토 이코노미스트는 “재정과 통화정책 모두 유동성을 공급하는 역할을 하지만 한계가 뚜렷하다”며 “서로 밀접하게 얽혀 있어 두 정책을 명확하게 구분하는 건 자의적일 뿐 가능하지 않다”고 했다. 그는 “초저금리가 부채 조달 비용을 낮추고 국가부채 비율을 개선하는 효과를 내지만, 동시에 (정부 기금 등의 이자소득 감소로) 복지 활용 자금을 줄어들게 한다”며 “정부 부채에서 중요한 건 한계 이자(가장 높은 이자)이지 평균 이자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베노이트 모존 국제결제은행(BIS) 이코노미스트는 “저금리 환경은 전통적인 통화정책을 쓰기 어렵게 만든다”고 토로했다. 그는 “국가 부채를 계속 늘리다 보면 실업률과 인플레이션 수준이 정상 범주에서 멀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른바 ‘부채 디플레이션’ 위기가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카르멘 라인하트 세계은행 수석이노코미스트 겸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교수는 “미국 정부 부채의 급격한 증가가 달러화에 대한 신뢰를 깨뜨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의 전방위적인 경기부양 정책이 기축통화로서 달러의 안정성을 흔들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미국의 부양책이 결국 무역 의존도가 높은 신흥국 등에 작지 않은 피해를 끼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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