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한달째 LG로비 점령한 미화원 노조

입력 2021-01-06 17:43   수정 2021-01-07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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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 1층 로비에는 침낭 30여 개가 한 달 가까이 펼쳐져 있다. 고용승계를 요구하며 점거농성 중인 청소미화원 근로자들이 깔아놓았다. ‘5인 이상 집합금지’ 행정명령이 내려졌지만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산하 공공운수노조원 20여 명은 지난달 16일부터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은 LG 계열 건물관리업체 S&I가 청소용역을 맡은 지수아이앤씨와 지난해 계약을 해지하면서 일자리를 뺏겼다고 주장한다. S&I는 그러나 매년 말 시행하는 서비스 만족도에서 점수가 떨어져 업체를 바꾸게 됐다고 설명했다. 10년 넘게 유지한 계약을 해지할 정도로 청소 품질이 떨어졌다는 것이다.

LG트윈타워에서는 S&I와 새로 계약한 백상기업 직원 66명과 장애인 등 90여 명이 근무하고 있다. 대신 S&I는 지수아이앤씨와 협의해 기존 미화원들의 고용유지를 책임지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농성 중인 만 65세 이하 조합원 25명의 개인별 통근 편의 등을 고려해 최대한 빠르게 다른 사업장으로 재배치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이 기간 발생하는 임금 손실도 100% 보전해주겠다고 했다.

그러나 원만히 타결될 것으로 예상됐던 고용유지 협상은 공공운수노조가 새로운 조건을 들고나오면서 깨졌다. “농성 중인 조합원 전체 고용을 새로 계약된 업체에서 모두 승계하고, 트윈타워에서 계속 근무할 것”을 요구한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60세 정년이 끝난 뒤에도 70세까지 촉탁직으로 근무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했다. 공공운수노조는 6일 기자회견을 열고 S&I와 청소용역업체를 부당노동행위로 고소하겠다고 발표했다. 원청업체인 S&I가 노조를 파괴하려는 목적으로 청소용역 계약을 해지했다는 주장이다.

LG는 난감하다는 반응이다. 정규직 직원들도 경영상의 판단에 따라 사업장 배치를 임의로 바꿀 수 있는데 트윈타워에서만 일하겠다는 요구도 황당하지만 이들의 압박에 밀릴 경우 새로 계약한 백상기업 직원 66명의 일자리가 위협받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법적 하자가 없는 용역계약 해지를 부당노동행위로 모는 것도 납득하기 어렵지만 공공운수 노조가 자기 식구를 챙기기 위해 다른 근로자의 일자리를 뺏는 것은 더 큰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당분간 이들의 점거농성은 계속될 전망이다. 경찰도 이들을 따로 제지할 방도가 없다. 지난달 노조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 사업장 점거금지 조항이 삭제됐고, 해고자·실직자들도 노조 활동을 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결국 앞으로 노조에 가입하지 않은 직원들이 차별대우를 받는 일이 늘어날 겁니다.” 이번 사태를 지켜본 한 법률 전문가의 씁쓸한 반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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