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경고에도 불구하고 우리 정부는 경제전망을 너무 낙관하고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신년사에서 “올해 V자 회복을 통해 경제성장률 3.2%, 15만 개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문재인 대통령도 그제 국무회의에서 백신 확보가 주요국에 비해 늦었음에도 “방역, 백신, 치료제 세 박자를 갖춘 코로나 극복 모범국가가 될 수 있다”며 “올해를 선도국가 도약의 해로 만들자”고 했다. 정부 내 위기감이 없다 보니 여권 대선주자들은 선거를 겨냥해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살포하겠다는 약속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
그러나 지금 경제 상황이 낙관만 할 때인지는 냉정히 따져봐야 한다. 일부 대기업들이 수출전선에서 선전하지만 내수침체의 골은 깊어져만 간다. 주가지수는 사상 최고치 경신을 이어가고 있으나 ‘유동성 파티’에 숨겨진 실물경기 악화를 간과해선 안 된다. 가계 기업 정부 등 3대 경제주체의 4900조원(작년 3분기 기준)에 달하는 부채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다. “우리 경제의 잠재적 위험이 올해 본격적으로 드러날 것”이란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의 지적도 흘려들어선 안 된다.
정부는 낙관보다 비관적 시나리오에 대비해야 하는 게 제 역할이다. 코로나 경제위기의 장기화에 대비해선 WB의 정책 조언을 새겨봐야 한다. WB는 “지금은 팬데믹 이후 성장동력 약화를 극복하기 위해 구조적 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재정 건전화, 비효율 제거를 통한 경쟁력 제고, 정부 효율성 증대, 산업 다변화, 디지털 인프라 투자 등을 제안했다. 지금 정부 경제정책 상당수가 이들 제언에 역행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일이다. 경제부총리 등 경제팀부터 긴장감을 갖고 위기 장기화에 맞설 각오를 다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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