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공포가 중국을 덮친 1월 하순. ‘우한 폐렴’으로 불리던 때다. 그때만 해도 시장은 동요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간 증시를 짓눌렀던 중국과의 갈등이 해소될 것이란 기대에 증시는 분위기가 좋았다. 당시 화장품, 면세점 등 중국 관련주가 상승을 이끌었다.
코스피지수는 3월 9일 2000선을 내준 뒤 속절없이 밀렸다. 국내 상장사들의 시가총액은 하루 새 50조원이 증발했다. 외국인들은 하루에 1조원이 넘는 돈을 빼갔다. 8년5개월 만에 사이드카가 발동되기도 했다. 코스피지수가 고점 대비 20% 이상 하락하는 데 20거래일밖에 걸리지 않았다. 외환위기(83일), 글로벌 금융위기(55일) 때보다 빨랐다.
3월 19일 주가가 1400대로 내려앉자 기회를 본 사람들이 등장했다. 이들은 주식을 사들이기 시작했다. 전문가들은 W자 회복 같은 얘기를 떠들었지만 ‘동학개미’로 불리는 개인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모든 사람이 걱정하는 위기는 오지 않는다”며 매수 대열에 합류하는 사람은 늘어갔다. “매번 전투마다 패배했던 과거의 개미는 잊으라”고 말하는 듯 주가는 올라갔다. 외국인이 팔면 그걸 다 받아냈다. 이렇게 작년 한 해 개인들은 국내 증시에서 63조8000억어치 주식을 순매수했다. 개인들이 3000 시대의 주역으로 꼽히는 이유다.
지난해 8월부터 10월까지 주가는 옆으로 기었다. 대주주 양도세 논란, 코로나19 재확산, 미국 대선이라는 불확실성 등이 원인이었다. 하지만 오래가지 않았다. 11월 주가는 다시 튀어올랐다. BBIG에 이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시총 상위 종목이 바통을 넘겨받았다. 순환매도 있었다. 조선, 건설, 화학을 비롯한 경기민감주들이 돌아가면서 올랐다. 성장주와 가치주의 순환매라고 얘기되기도 했다.
2021년 들어서도 개인의 질주는 멈추지 않고 있다. 지난 5일 하루 키움증권에서만 신규 계좌가 4만 개 가까이 만들어졌다. 증시 대기 자금으로 불리는 투자자 예탁금은 사상 최대치인 69조원을 넘어섰다. 이경수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코스피 3000 시대가 개인투자자들의 주도로 열린 것은 주식이 국민들의 핵심 재테크 수단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상징적인 의미를 지닌다”고 해석했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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