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해자에 대해 분노하고 신상털이를 하고 욕하고 죽이라고 고함지르고 경찰청장이 사과하는 것만으론 상황을 개선시킬 수 없습니다. 결국은 안전망의 문제입니다. 돈이 들어가야 하는 문제입니다."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6일 검찰총장이 이른바 '정인이 사건'과 관련해 경찰의 대응미흡에 대해 사과한 것과 관련해 "국가의 첫번째 존재이유는 국민의 생명보호다"라며 이같이 밝혔다.
황 의원은 "정인이의 생명을 보호하지 못한 경찰은 책임감을 느껴야하고 반성해야 하고 재발방지책을 마련해야 한다. 경찰청장의 사과는 그래서 필요하다"면서도 "가해자에 대해 분노하고 경찰청장이 사과하는 것만으론 상황을 개선시킬 수 없다"고 강조했다.
황 의원은 "왜 경찰이 아이를 학대가정에서 즉각적으로 분리하지 않고 양부모에게 다시 돌려보냈느냐고 경찰에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면서 "분리해 놓는다면 아이를 평생 경찰서에서 양육할 수 있나"라고 반문했다.
이어 "대기업들의 경영상 잘못으로 회사가 쓰러질만 하면, 정부는 천문학적 규모의 공적자금을 투입한다"면서 "검찰총장은 정부예산을 쌈짓돈삼아 현금봉투를 기자들에게 뿌린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민의 생명이 걸린 일에 정부가 인색한 사례는 많다"며 "기재부 관료들이 검찰의 낭비적인 예산편성에는 눈감으면서 학대아동 방지를 위한 예산편성에는 그다지 관심갖고 싶어하지 않는 모습을 많이 보아왔다"고 설명했다.
황 의원은 "지금은 가해자를 죽이라는 분노의 목소리가 온세상을 덮는듯 하지만, 얼마가 지나면 또 잊혀지고 비극적이고 충격적인 일은 또 생길 것이다"라며 "학대 여부에 판단을 현장경찰과 아동보호전문기관이 정확하게 할 수 있도록 그들의 전문성을 향상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들이 소신과 직업적 자부심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적절한 권한과 책임을 부여해야 하고, 분리조치가 필요한 경우 단기는 물론 장기에 걸쳐서까지 시설과 인력과 예산이 확보돼야 한다"면서 "결국은 돈, 시스템, 사회안전망이다"라고 했다.
경찰에 3번의 학대 의심 신고를 했으나 양부모의 말만 믿고 입양아 정인이를 집으로 번번히 돌려보낸 일에 대해 경찰청장은 이날 사과했다.
정인이는 학대 끝에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왔다. 온몸은 골절되고 내장은 파열돼 피가 가득 고인 상태였다. 응급실 전문의는 "엑스레이를 보는 순간 피가 거꾸로 솟았다. 아동학대로 교과서에 실릴 정도다"라고 표현했다.
김창룡 경찰청장은 사과문을 내고 “학대 피해를 당한 어린아이의 생명을 보호하지 못한 점에 대해 깊은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초동 대응과 수사 과정에서의 미흡했던 부분들에 대해서도 경찰 최고 책임자로서 깊은 책임감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정인이 신고 관할이었던 양천경찰서장은 대기발령된 상태다.
한편 황 의원이 "검찰총장이 기자들에게 돈봉투를 뿌린다"고 언급하자 "어떤 기자가 돈을 받았는지 밝혀라"라는 댓글이 이어졌다. 황 의원은 현금봉투를 뿌린 검찰총장이 누구인지는 밝히지 않아 파문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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