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이 사건'으로 뭇매를 맞고 있는 경찰이 아동학대와 관련, 전문가들의 의견을 담은 초동 수사 매뉴얼을 갖추지도 않은 채 사후 보고서에는 '매뉴얼에 따라 선제적 조치에 나설 경우 면책규정의 대상이 돼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7일 경찰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제출한 '양천 아동학대 사망 사건 관련 법·제도적 필요 조치 검토'와 '양천 아동학대 사건 관련 현안보고'에 따르면 경찰은 "학대대응 업무 및 책임은 과중하나 빈번한 민원 제기에도 민원과 책임을 현장근무자 개인이 감당한다"며 "신속한 피해 아동보호를 위해 임시조치 청구 시 검사 경유를 배제하고 법원에 직접 신청하도록 절차 간소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아울러 "경찰관 직무집행법에 소방기본법 제16조의5와 같이 경찰관의 직무 활동에 관하여 고의?중과실이 없는 한 형사상 감면할 수 있는 규정 신설 필요하다"며 "현장조치가 합리적 판단과 업무 매뉴얼에 따라 이뤄진 경우 민·형사상 책임 경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해당 보고서는 경찰이 '정인이 사건'에 대한 사후 조치 차원에서 국회에 제출된 내용이 골자다. 그러나 경찰은 현재 아동학대 예방을 위한 관련 매뉴얼 수립에 일체 연구 용역을 진행하지 않은 상태다.
실제 행안위 소속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이 '연구 용역 보고서 일체'를 제공해달라고 요청했으나 경찰청은 "연구 용역으로 진행 중인 매뉴얼이 없어 자료를 제공하지 못하는 점을 양해 바란다."고 답했다. 예산 집행 현황에 대해서도 "매뉴얼 관련 집행된 예산이 없어 자료를 제공하지 못한다"고 답했다.
권영세 의원은 "경찰은 이미 수차례 아동학대 사건이 발생했음에도 아무 조치도 하지 않으며 결국 양천 아동학대 사건 같은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어제 청장의 대국민 사과도 결국 '소나기 피하기' 위한 허울 없는 면피용 사과일 뿐"이라며 "사후약방문식의 재발방지책이 아니라, 시간이 걸리더라도 실효성 있는 대책을 강구해 제2, 제3의 피해 아동을 막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준혁 한경닷컴 기자 pressc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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