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현지시간)은 민주주의 모범국을 자임해온 미국의 역사에서 큰 오점을 남긴 날로 기록될 전망이다. 조 바이든 차기 대통령 당선인의 승리 확정을 위한 의회 회의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지지층의 의사당 난입 사태로 긴급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지지자들은 이날 워싱턴DC 의회의사당에 난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들을 향해 '애국자들'이라 지칭했고 조 바이든 미국 차기 대통령 당선인은 즉각 해산을 요구했다.
워싱턴포스트(WP), CNN 등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패배에 불복한 상태에서 열린 이번 회의는 법적으로 당선인 확정의 마지막 관문이자 트럼프 대통령의 부정선거 주장에 종지부를 찍는 날로 관심을 모았다.
그러나 총격 사망자까지 발생할 정도로 예기치 못한 사태가 빚어지면서 새 대통령의 탄생을 축하하고 화합을 꾀해야 할 자리가 폭력과 충돌 속에 반목과 분열을 여지 없이 드러내는 장이 되고 말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위대를 선동해 폭력 사태를 촉발했다는 거센 비판론에 직면했다. 미국 의회는 이날 오후 1시 주별 선거인단 투표 결과를 인증하고 바이든 당선인을 합법적 당선인으로 확정하기 위해 상·하원 합동회의를 개최했다.
과거 합동회의는 형식적 절차로 여겨졌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불복하고 일부 공화당 의원이 동조하는 바람에 당선인 확정의 마지막 절차로 주목받았다.
실제로 회의가 시작되자 공화당 의원들이 애리조나 선거인단 투표 결과를 문제 삼으며 격론을 벌였다.
그러다 시작 한 시간여 만에 회의가 갑자기 중단되고 의원들은 긴급 대피했다. 이날 오전부터 의회 인근에서 바이든 인증 반대를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던 시위대가 바리케이드를 넘어 의회로 난입한 것이다.
경찰은 최루가스를 동원해 저지하려 했지만 시위대는 의사당 내부까지 들어가 상원 의장석까지 점거하고 하원 의장실을 유린했다. 물리적 충돌이 빚어지며 여성 한 명이 총에 맞아 숨지고 경찰이 부상해 병원으로 이송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상황이 심각하게 흘러가자 "의회 경찰과 법 집행관을 지지해달라. 그들은 진정 우리나라의 편"이라고 평화시위를 당부했다. 또 동영상 메시지를 만들어 "지금 귀가해 달라"고 호소했다.
바이든 당선인은 이날 CNN 등 현지언론으로 중계된 델라웨어 윌밍턴 연설에서 "이건 시위가 아니라 반란 사태다. 다른 많은 미국인이 지켜보듯 세계가 보고 있다"라고 해산을 요구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의 행위를 "자유의 성채인 의회 자체에 대한 공격이자 국민의 대표에 대한 공격"이라며 "본 적 없는 법치주의에 대한 공격이자 성스러운 미국인의 약속에 대한 공격"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또 "의회에서 벌어지는 일은 진짜 미국을 반영하지 않고, 우리가 누구인지를 대변하지 않는다. 무법에 헌신하는 소수의 극단주의자들"이라며 "이건 반대가 아니라 난동이고, 혼란이다. 폭동 선동과 닿아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또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얼마나 좋고 나쁜 대통령이든 대통령의 말은 중요하다"라며 "맹세를 지키고 헌법을 수호하기 위해, 이 포위 중단을 요구하러 지금 당장 국영 방송에 나서라"라고 촉구했다.
합동회의를 주재하다 긴급 대피한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의사당에 대한 공격은 용납되지 않을 것"이라며 시위대를 엄정 처벌하겠다고 공언했다.
민주당 소속의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과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도 시위대가 즉각 의사당에서 물러날 것을 요구했다.
시위대의 의사당 난입 사태는 주방위군과 연방경찰이 투입된 끝에 4시간 만에 정리됐다. 의회는 이날 밤 회의를 재개해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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