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덩이가 무거운' 대표적인 종목인 SK텔레콤 주가가 큰 폭으로 뛰며 1년 내 최고가를 갈아치웠다. 안정적인 실적 개선세에 더해 자회사와 5G 사업 부문의 성장성이 부각되면서 매수세가 몰렸다는 분석이다.
SK텔레콤은 7.78% 오른 27만원에 거래를 마쳤다. 하루 상승률로는 지난해 3월 4일 6.04%를 뛰어넘는 역대 최대폭이다. 종가 기준 사상 최고가인 30만1000원(2015년 2월 16일)까지 11.5%를 남겨두고 있다.
그동안 코스피지수 상승장에서 통신주는 성장성을 인정받지 못하며 상대적으로 소외됐다. SK텔레콤은 지난 11~12월 코스피지수가 2400선에서 2900선까지 오르는 동안에도 23만~24만원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했다.
하지만 이날 외국인과 기관이 쌍끌이 순매수에 나서며 상승을 주도했다. 이유는 복합적이다. 실적 개선세와 자회사 성장성은 기존에 있던 재료였다. 통신 부문 실적이 회복하면서 올해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가 지난해 추정치보다 12.3% 늘어난 1조4409억원이다. 11번가, SK브로드밴드, ADT캡스, 원스토어 등 자회사들의 가치도 상승하고 있다.
여기에 5세대이동통신(5G)에 대한 기대가 더해졌다. 지난해 말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부)가 5G 핵심기술인 네트워크 슬라이싱을 망중립성(통신사업자의 콘텐츠 무차별 원칙) 예외로 인정하기로 정하면서다. 김홍식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통신사들이 5G 망을 이용해 B2B(기업간거래) 사업 모델을 강화할 수 있게 됐다"며 "SK텔레콤이 강조해왔던 사물인터넷(IoT) 사업의 제도적 기반이 완성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 제기됐던 SK텔레콤의 인적분할 기대감은 근거가 희박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 업계 관계자는 "주가 급등을 설명하기 위한 이유일 뿐 분할 방식에 대한 이야기는 전혀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인적 분할은 SK텔레콤의 기업 형태가 바뀌기 때문에 과기부의 인가가 필요하다. 주주총회 통과 부담도 크다. 대주주 지분율 늘리기 논쟁이 일어날 수도 있다. 회사로서는 부담스러운 선택지란 지적이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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