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로이트안진 회계법인(이하 '안진')이 2017년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를 묵인했다는 혐의로 1년 업무정지 처분을 받은 데 대해 대법원이 "법률적으로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딜로이트안진이 '명예회복'을 할 수 있을지에 회계업계 관심이 쏠리고 있다.
7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최근 대법원(주심 김상환 대법관)은 안진이 업무정지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금융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행정소송에 대해 "처분의 위법성을 다시 확인할 필요가 있다"며 서울고등법원으로 파기 환송조치했다. 안진은 이미 업무정지 처분을 받은 기간이 지나서 소송의 실익은 없지만, 명예회복을 위해 소송을 계속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는 2017년 4월 대우조선의 감사인이었던 안진에 대해 분식회계를 묵인·방조했다며 12개월 업무정지와 과징금 16억원, 과태료 2000만원의 징계를 내렸다. 이에 불복한 안진은 업무정지 처분 취소를 청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2018년 1심 재판부는 "법인(안진) 차원의 조직적인 분식회계 개입은 없었다"며 원고 승소 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금융위의 상소로 이듬해 진행된 2심에서는 "업무정지 기간이 끝나 소송의 이익이 없다"며 각하 판단이 내려졌다. 안진은 "법인의 명예를 회복해야 한다"는 이유로 상소했고, 최근 대법원이 안진의 억울함을 인정하는 취지의 파기환송 판단을 내린 것이다. 이에 따라 안진은 서울고등법원에서 금융위 처분의 위법성 여부 등을 가릴 수 있게 됐다.
대법원은 "안진의 대우조선 감사팀이 행한 위반행위의 내용과 정도, 이에 법인(안진)의 관여 정도, 대우조선 감사팀이 회계법인 내에서 차지하는 비중 등 여러 사정들을 고려했을 때 업무정지 처분이 비례의 원칙을 위반한 과중한 처분인지 여부에 대해 다툼의 여지가 있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또 "이미 업무정지 기간이 만료됐다고 하더라도 처분의 위법성을 확인하고 불분명한 법률문제를 해명하는 작업은 여전히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대법원은 "그동안 관련 사안들에 대한 법원의 분명한 판례가 없다"면서 "만약 이 사건에서 법원이 처분의 위법성에 대한 본안 판단을 하지 않는다면 피고(금융위)가 업무정지 처분을 하면서 채택하고 적용한 법령해석에 관한 의견이나 처분의 기준을 앞으로도 그대로 반복 적용할 것이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즉 금융위의 '대우조선 분식회계 관련 법인 제재'가 향후 회계업계에 대한 제재 가이드라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법원의 명확한 판단을 남겨놓아야 한다는 설명인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안진에 승소 판결을 내렸던 1심 재판부는 당시 "극소수 구성원의 위반 행위로 전체 감사 업무를 정지시킨 것은 지나치게 가혹하다"고 지적했다. 또 "감사 소홀, 부실 등 책임을 온전히 원고(안진)에 돌릴 수만은 없다"며 "금융위가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처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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