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이 사건' 관련 아동학대 의심 신고를 받고 출동했던 경찰이 양부모가 학대를 부인하자 "아이 키우다 보면 있을 수 있는 일"이라며 오히려 양부모를 위로하고 간 사실이 밝혀졌다.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7일 입양기관 홀트아동복지회(홀트)로부터 입수한 기록을 공개하고 "입양기관과 아동보호전문기관, 경찰 등이 양부모의 일방적 말만 듣고 사태를 방치했다"고 비판했다.
홀트회의 양부모 상담기록에 따르면 1차 신고를 받고 조사에 나선 경찰은 아동학대 신고를 당한 양부모를 이같이 위로한 것으로 나타났다.
홀트가 지난해 5월28일 양모와의 통화에서 경찰과 조사한 내용을 묻자 양모는 "경찰관 3명이 가정 방문해 아동과의 상호작용을 확인하고, 흔하게 있을 수 있는 일이니 너무 힘들어하지 마시라고 위로의 말을 전하고 갔다"고 답했다.
이후 경찰은 6월10일 홀트 측에 내사 종결 결정을 통보하면서 "아동을 양육하다 보면 부모가 일일이 멍 등을 인지하지 못할 수 있다"고 했다.
홀트 측 역시 아동학대 신고가 접수됐다는 소식을 듣고 지난해 5월26일 가정방문을 했지만 "아토피와 건선 등으로 몸을 많이 긁는다", "걸음마를 시작해 자주 넘어져 몸에 상처가 자주 난다"는 양부모의 말을 그대로 믿었다.
정인이의 쇄골 뼈에 실금이 가고 곳곳에 멍이 든 상황에서 실시한 지난해 7월2일 가정방문 날에도 홀트 측은 "아이가 자꾸 엎드려 자면서 돌아다니다 보니 부딪히는 경향이 있다"는 양모의 해명을 믿고 돌아갔다.
아동보호전문기관(아보전)도 다르지 않았다. 지난해 6월26일 어린이집을 방문한 다음날 아보전 담당자는 홀트 측과의 통화에서 "정인이 쇄골 주위에 실금이 생겼다는 사실을 들었지만, 양부와 통화 후 위급한 상황은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오랜만에 등원한 정인이가 혼자 걷지도 못할 정도로 상태가 좋지 않고 체중이 1㎏ 정도 줄어든 것을 인지한 어린이집 교사들이 정인이를 병원에 데려갔을 때 상태를 확인한 소아과 원장은 아동학대 의심 신고를 했다.
이에 경찰과 아동보호전문기관 조사팀이 분리 조치를 위해 9월23일 방문 조사에 나섰지만, 결과적으로 다른 소아과 의원에서 아동학대 정황으로 보기 어렵다는 판단을 받았다. 그로부터 20일 뒤 정인이는 결국 숨졌다.
신현영 의원은 "아동학대 문제에 대응하는 기관들의 전문성 부재를 여실히 보여줬다"면서 "정인이 상태에 대한 전문적 판단이 없는 상태에서 가해자인 부모 입장만을 받아들이고 아동보호조치의 기본 원칙이 지켜지지 않아 사망에 이른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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