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산 돈, 인터넷서 벌었다"…고객은 아버지

입력 2021-01-07 16:50   수정 2021-01-08 02:56

국세청은 부동산 거래와 관련해 지난해 1543명을 세무조사하고 1252억원을 추징했다고 7일 발표했다. 부모로부터 주택 구입 자금을 지원받으며 증여세를 제대로 납부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올 들어서도 국세청은 부동산 관련 탈세 혐의가 있는 358명에 대한 세무조사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국세청은 지난해 세금 탈루가 확인된 사례도 함께 제시했다. 해외 유학을 끝내고 귀국한 직후 10억원이 훌쩍 넘는 아파트를 매입한 A씨가 대표적이다. 그는 유학 시절 구입한 각종 명품 잡화를 인터넷에서 판매한 뒤 그 수익을 주택 구입 자금 출처로 댔다. 하지만 국세청이 잡화 구입자를 추적한 결과 모두 A씨 아버지의 지인인 것으로 나타났다. 부친이 지인들에게 송금한 돈이 잡화 구입 명목으로 A씨에게 흘러들어가며 증여세를 탈루한 것이다. A씨는 국세청으로부터 수억원의 세금을 추징당하게 됐다.

지난해 다수의 아파트를 구입한 B씨는 구매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경영하고 있는 학원 직원을 동원했다. 10억원 이상의 자금을 배우자로부터 증여받으며 직원들의 계좌로 돈을 입금하도록 한 것이다. 직원들은 “급여가 지나치게 많이 입금됐다”며 이 돈을 B씨에게 송금했다. 증여세 없이 배우자 간 증여가 가능한 범위인 6억원을 넘어선 금액에 대해 B씨는 추징금을 내게 됐다.

환치기(불법 외환 거래)로 해외 자금을 국내로 들여와 10가구가 넘는 고가 아파트를 매입한 외국인도 있었다. 경제활동이 거의 없는데도 여러 채의 주택을 구입할 수 있었던 경위를 수상하게 여긴 국세청 조사팀에 덜미가 잡혔다.

부동산 관련 투자 컨설팅 과정에서 올린 소득을 축소 신고해 덜미가 잡힌 사례도 있었다. 유튜브에서 시청자들에게 “주택 구입에 나설 것”을 주장하며 지난해 큰 수익을 올린 대형 부동산중개법인 대표 C씨가 대표적이다. 그는 아파트 및 소형 빌딩 투자와 관련된 회당 수십만원의 유료 강좌까지 개설하며 수익을 올렸지만 이 같은 소득을 과세당국에 신고하지 않았다. 국세청은 법인세와 종합소득세, 현금영수증 미발급 등의 이유로 과태료 수억원을 추징하기로 했다.

올해는 제조업체를 운영하며 회사 자금으로 수십억원의 아파트와 상가를 구입한 사업자, 유명 학원가의 건물 2채를 불법 개조해 학원 수험생 수십 명에게 월세를 받은 임대사업자 등이 세무조사 대상으로 올랐다. 김태호 국세청 자산과세국장은 “올해도 성실 납세 분위기를 저해하는 반사회적 탈세에 엄정하게 대응할 것”이라며 “부동산 거래 관련 취득 자금 출처 및 부채 상환 등에 대한 검증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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