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7일(현지시간) "임기가 13일밖에 안남았지만 하루하루가 미국에 공포 쇼(horror show)가 될 수 있다"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통령직 박탈을 요구했다. 척 슈머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도 동조하고 나섰다. 전날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시위대의 의회 난입으로 차기 대통령 선출 절차가 일시 중단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계기로 트럼프가 대통령직에 있으면 남은 기간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며 지금 당장 끌어내려야 한다고 압박한 것이다.
펠로시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이 무장 반란을 선동했다"며 마이크 펜스 부통령에게 수정헌법 25조 발동을 요구했다. 그러면서 펜스 부통령이 25조를 발동하지 않으면 의회가 탄핵을 추진하겠다고 경고했다. 수정헌법 25조는 대통령의 직무수행이 불가능할 때 부통령이 승계하도록 한 조항이다.
슈머 대표도 이날 성명에서 "어제 의회에서 일어난 일은 대통령이 조장한 미국에 대한 반란"이라며 "이 대통령은 하루라도 더 재임해선 안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부통령과 내각이 일어서길 거부하면 대통령 탄핵을 위해 의회를 다시 소집해야 한다고 했다.
민주당 법사위 소속 의원 17명은 수정헌법 25조 발동을 촉구하는 서한을 펜스 부통령에게 보냈다. 미 NBC는 100명 이상의 민주당 의원들이 수정헌법 25조 발동을 요구했다고 전했다.
공화당에선 애덤 킨징어 하원의원이 이날 트윗을 통해 "대통령은 국민과 의회를 보호해야 할 의무를 포기했을 뿐만 아니라 우리가 봤던 반란을 부채질하고 불붙였다"며 "악몽을 끝내기 위해 수정헌법 25조를 발동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래리 호건 메릴랜드 주지사(공화당)도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사임하거나 해임되고 펜스 부통령이 직무대행을 한다면 미국이 더 나아질 것이라고 가세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전날 행정부에서도 고위 당국자들이 25조 발동을 논의 중이라고 보도했지만 실제 발동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25조 발동을 위해 필요한 '상·하원 각각 3분의 2 이상 찬성' 요건을 맞추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NBC는 미치 매코널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가 대통령 축출에 무게를 두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은 이날 25조 발동과 관련한 질문에 답하지 않겠다고 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펜스 부통령이 수정헌법 25조 발동을 거부할 경우 두번째 탄핵을 추진하겠다고 했지만 실제 남은 13일만에 탄핵 추진이 이뤄지긴 쉽지 않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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