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지난해 전 세계적인 '팬데믹(Pandemic·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국면 속에서도 36조원 가량을 벌어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9년 영업이익 대비 약 30% 급증한 수치로, 사상 초유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저력을 보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10~12월) 연결 기준 잠정 영업이익이 9조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25.7%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8일 공시했다. 이 기간 잠정 매출액은 61조원으로 전년보다 1.87% 늘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의 지난해 총 영업이익은 35조95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27조7680억원) 대비 8조원 이상 더 번 것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분기 6조4510억원 △2분기 8조1530억원 △3분기 12조350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다만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한 직전 분기(12조3533억원) 보다는 약 27.13% 줄었다. 실적 발표 전 국내 주요 증권사들의 영업이익 컨센서스(예상치 평균)인 9조3461억원보다도 소폭 감소했다.
최근 계속되는 원·달러 환율 급락과 코로나19 재확산, 연말 할인 프로모션 확대 등으로 디스플레이(DP) 부문을 제외한 전 사업부에서 지난해 3분기 대비 실적이 감소한 것으로 분석된다.
DS투자증권은 지난해 4분기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반도체 부문은 4조원대, 소비자가전(CE) 부문은 8000억원대, 모바일(IM) 부문은 2조3000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디스플레이(DP) 부문은 1조원 중반대다.
이날 사업부별 실적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증권가는 삼성전자가 지난해 4분기 반도체 부문에서 4조원 초중반대를 벌어들인 것으로 분석했다.
D램 등 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과 원·달러 환율 급락, 신규 증설 라인의 비용 구조 악화 등 여파로 직전 분기 대비 영업이익이 약 1조원~1조5000억원 가량 감소한 것으로 추산됐다.
스마트폰 사업을 맡은 IT·모바일(IM) 부문과 TV 등 생활가전의 소비자가전(CE) 부문의 영업이익은 각각 2조3000억원대, 8000억원대로 호실적을 쓴 지난해 3분기 대비 실적이 '반토막' 났다.
김양재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IM 부문은 비수기 진입과 애플의 첫 5세대 통신(5G) '아이폰12' 출시, 갤럭시 노트20 시리즈 수요 약세로 부진했다"며 "CE 부문은 패널 가격 강세 여파로 수익성이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DP 부문의 영업이익은 1조원 중반대로, 전 분기 대비 두 배 이상 급증한 것으로 추산됐다. 아이폰12 시리즈의 판매 호조에 따라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부문 매출이 크게 뛰었고, 패널 가격 상승으로 액정표시장치(LCD) 사업 적자도 줄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코로나19 여파에도 지난해 한 해 호실적을 거둔 삼성전자의 올해 실적은 이보다 더 좋을 것으로 증권가는 예측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올해 컨센서스는 매출액 260조1000억원, 영업이익 46조4907억원으로 지난해보다 각각 9%, 22.6% 가량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올해 삼성전자의 실적은 반도체 부문에 주목된다. 2년가량 움츠렸던 글로벌 D램 시장이 내년부터 다시 '슈퍼사이클(장기 호황)'에 진입하고,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를 필두로 이미지 센서 등 비메모리반도체(시스템반도체)의 사업 약진도 함께 예상되기 때문이다.
김 연구원은 "D램 가격 반등 속도가 빨라지면서 메모리 부문의 추가 실적 상향 조정 가능성이 확대되고 있다"며 "올해 영업이익은 45조1000억원으로 반도체 중심의 실적 턴어라운드가 전망된다"고 예상했다.
배성수 한경닷컴 기자 baeb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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