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 에이스에쿼티파트너스(이하 에이스PE)가 나스닥 테크(Tech) 스팩 상장을 통해 기업가치 2조원을 웃도는 글로벌 반도체 설계 전문업체 아크로닉스를 합병하는 데 성공했다. 나스닥 스팩 상장을 통한 인수합병(M&A)은 국내와 아시아 PEF를 통틀어 에이스PE가 처음이다.
8일 인수합병(M&A) 업계 등에 따르면 에이스PE가 작년 7월 나스닥에 조성한 2억3000만 달러(약 2513억원) 규모의 스팩(ACE Convergence)이 미국 실리콘밸리 소재 아크로닉스와 합병했다. 합병 완료 및 상장 거래 시점은 3월 중순이다. 아크로닉스의 기업가치는 총 20억 달러(약 2조2000억원) 규모다.
2004년 설립된 아크로닉스는 비메모리 반도체의 일종인 프로그래머블 반도체(FPGA) 설계(팹리스) 전문으로 전 세계 5위 안에 드는 기업이다. 글로벌 FPGA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자일링스, 인텔과 더불어 최첨단 FPGA 및 eFPGA (IP 비즈니스)를 주력으로 하고 있어 업계 최상위권 수익성을 자랑한다. 매출은 2018년 약 670억원에서 지난해 1150억원으로 성장하고 있으며, 올해 매출 역시 173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아크로닉스의 주요 고객사로는 인텔,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삼성 등이 꼽힌다. 또한 미국 완성차 제조사인 제너럴모터스(GM)의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제품에 IP 라이선스를 공급하는 등 다수의 글로벌 기업을 고객사로 보유 중이다.
FPGA 반도체는 대규모, 고속 데이터 처리에 특화된 만큼 데이터센터나 인공지능(AI), 머신러닝, 5G 등의 분야로 활용처가 크게 확대되고 있다. FPGA 산업은 2015년 인텔의 알테라 인수(약 20조원)를 시작으로 2020년 AMD가 FPGA 시장 점유율 1위 회사인 자일링스를 약 39조원에 인수하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은 바 있다. 에이스PE는 아크로닉스의 독보적인 기술력을 토대로 에이스PE가 기존에 투자한 정보통신(IT), 5G 관련 기업들과의 시너지를 도모하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 출신인 고영만 대표가 2017년 설립한 에이스PE는 정보통신(IT)·5G·반도체·2차전지 등 산업기술에 투자하는 프로젝트펀드 기반의 PEF 운용사다. 고 대표는 지난해 나스닥 시장에 스팩을 상장한 뒤 8개월여 만에 이번 조 단위 합병을 성공시켰다.
에이스PE의 주요 포트폴리오로는 국내 반도체 후공정 업체 테스나, 시스템통합업체 한국정보기술, 미국 전고체 배터리업체 솔리드파워, 캐나다 소재 초소형 정밀기계(MEMS) 업체 프리사이즐리 등이 있다.
에이스PE는 특히 지난해 8월 인수한 프리사이즐리도 올해 상반기 스팩 상장을 위해 막바지 협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시장의 풍부한 유동성을 토대로 인기를 끌고 있는 스팩 시장 트렌드에 발맞춰 나가겠다는 전략으로 분석된다. 에이스PE의 올해 1월 기준 누적 투자액은 3조 원 정도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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