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생물종은 계속 감소하거나 멸종하고 있다. 식물조직배양기술은 기후위기 시대 멸종위기식물을 복원하거나 농작물을 대량 번식할 뿐 아니라 식물이 생산하는 유용 소재를 배양기에서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어 주목받고 있다.
식물조직세포는 적정 배양 환경에서 완전한 모(원래)식물체로 재생될 수 있는 잠재력인 ‘분화전능성 또는 전체형성능력(totipotency)’을 가지고 있다. 식물의 분화전능을 활용한 식물세포·조직배양기술로 생산되는 제품은 우리 생활 속에서 쉽게 접할 수 있다. 조직(세포)배양에 의한 유용식물의 대량 번식과 유용물질의 대량 생산 사례와 조직배양기술의 전망을 소개한다.
아름다운 심비디움(양난의 일종), 백합, 거베라 등 많은 화훼류가 조직배양기술로 양산돼 비싸지 않은 가격으로 즐길 수 있다. 바이러스 등 병균에 감염되지 않는 건전한 종묘(어린 식물)를 농업 현장에 적용하면 화학농약을 적게 사용하고 농업 생산성 향상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다. 씨감자, 씨마늘, 고구마삽수 등이 그런 좋은 예다. 또 식물조직배양기술은 멸종위기식물의 보존 및 복원을 위한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연구된 주요 사례는 가시오가피, 고추냉이, 나도풍난, 미선나무, 새우난초 등이 있다. 이처럼 조직배양기술을 이용해 식물을 마음껏 복제할 수 있는 식물 복제는 이미 우리 생활에 정착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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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1>은 고구마 생장점을 절취해 식물체로 재분화할 수 있는 체세포배를 유도하고, 이로부터 적절한 배양 조건을 갖추면 원래 식물체로 재생되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재분화할 수 있는 생장점 배양 단계에 유용 유전자를 도입해 다양한 형질전환식물을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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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이 생산하는 유용물질 가운데는 생체 내 함량이 매우 적어서 식물에서 추출해 생산하기 어렵고 화학구조가 복잡해 화학합성으로 양산이 어려운 물질이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경우가 생장속도가 매우 느린 주목나무(Taxus spp.)가 생산하는 항암제 ‘택솔(taxol)’이다. 택솔은 주목나무 껍질에 약 0.02% 함유돼 있다. 한 사람의 암환자를 치료하기 위해서는 수십 년 자란 나무를 몇 그루 잘라 유기용매로 추출하고 정제하는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순수한 택솔을 확보할 수 있다. 국내 기업에서는 많은 노력으로 주목나무 세포를 32t(3만2000L) 탱크배양하는 방법으로 택솔을 양산해 환자 치료에 사용하고 있다. 식물 유래 유용 성분을 세포배양으로 상업적으로 성공한 최초의 예는 지치(자초)의 기능성 천연 자색색소 ‘시코닌(shikonin)’이다. 인삼(산삼 Panax ginseng)의 경우는 세포 또는 가는 뿌리를 탱크배양<그림2>으로 양산해 건강식품, 화장품 소재 등으로 이용하고 있다. 인삼은 보통 5~6년 재배해야 하므로 비용이 많이 들고 천연 산삼은 구하기가 어렵다. 조직배양으로 인삼 유용물질을 2개월 만에 추출할 수 있고 황산화활성이 더 높다.
한국인은 전통적으로 젓가락 사용 덕분에 손재주가 뛰어나다. 무궁한 가치를 지닌 식물조직배양기술은 손재주와 장인정신을 필요로 한다. 식물조직배양기술을 산업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1973년 한국식물조직배양학회가 설립됐고, 2002년 한국식물생명공학회로 개명해 국가식물생명산업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국의 조직배양기술은 앞서 소개한 유용식물의 번식(복제)기술, 주목세포 탱크배양, 산삼세포 탱크배양처럼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 기후위기, 고령화, 코로나 팬데믹 시대에 인류가 당면한 식량, 보건, 에너지, 환경 문제를 해결하는 데 식물조직배양기술은 매우 중요하다. 앞으로도 큰 발전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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