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대외관계 확대·발전"…美와 협상 재개하나

입력 2021-01-08 16:59   수정 2021-01-09 01:05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사진)이 노동당 8차 대회에서 “대외 관계의 전면적인 확대·발전을 당의 정책 방향으로 정했다”고 북한 관영 매체들이 8일 보도했다. 2019년 2월 ‘하노이 노 딜(no deal)’ 이후 교착 상태에 빠져 있는 대미(對美) 협상을 재개하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일각에선 김정은이 이번 당대회 말미에 오는 20일 출범할 예정인 조 바이든 미국 새 행정부를 향해 파격적인 제안을 내놓을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은 김정은이 전날 당 중앙위원회 사업 총화(결산) 보고를 통해 “조성된 형세와 변천된 시대적 요구에 맞게 대남 문제를 고찰했으며, 대외 관계를 전면적으로 확대·발전시키기 위한 당의 정책적 입장을 천명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이 신문은 김정은이 제시한 당의 정책 방향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북한은 지난 5일부터 진행 중인 이번 당대회에서 대남·대외 관계에 대한 공개적인 언급을 극도로 피하고 있다. 북한 관영 매체들은 2016년 5월 7차 당대회 당시 사업 총화 보고가 끝난 뒤 7만2000자 분량의 김정은 발언 전문을 공개했다. 정보당국 관계자는 “사업 총화 보고에서 파급력이 큰 사안이 논의된 것으로 보인다”며 “당대회를 마무리하는 시점에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전날 사업 총화 보고를 마치고 이날 당 규약 개정 작업 등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8일은 김정은의 생일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김정은의 ‘대외 관계 확대·발전’ 발언에 대해 “미·북 대화 재개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며 “며칠 내에 상당히 유화적인 대외 메시지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정대진 아주대 아주통일연구소 교수도 “하노이 노 딜 이후 경색 국면에 빠진 대남·대미 관계를 어떻게 개선할지가 이번 사업 총화 보고에서 다뤄진 주된 내용이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다만 “대남 관계에 대해선 기존 기조를 유지한 채 미·북 관계 개선에 초점을 둔 메시지를 내놓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북한의 태도 변화를 낙관하긴 이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대외 관계를 확대·발전시키겠다는 것은 중국, 러시아 등 우호적인 국가들과의 관계 개선에 보다 집중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고 했다.

통일부는 이날 북한이 ‘대남 문제’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통일부 당국자는 브리핑에서 “북한은 과거 남북 관계를 언급할 때 ‘북·남 관계 문제’ ‘북·남 사이의 모든 문제’ 등으로 표현해왔다”고 설명했다. 북한이 이번 당대회를 마치고 열병식을 벌일 것이란 관측에 대해선 “관련 동향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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