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지난 6일 연 1.04%로 뛰자 불안감을 느낀 투자자가 꽤 많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터진 뒤 연 1%를 넘긴 게 처음이라서다. 지난해 3월 4일 연 1.02%를 찍고 줄곧 연 1% 아래에 머물러 왔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연 1% 돌파를 놓고 코로나19 백신과 경기 회복 기대감으로 금리 상승이 본격화되는 신호가 아닌지 민감하게 반응한 것이다. 그동안 저금리 덕분에 상승세를 이어온 증시가 고꾸라지는 변곡점이 다가온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다.
이런 불안감에 답을 하자면 “아직은 아니다”이다. 다시 말해 저금리 기조가 바뀌는 이상 신호로 볼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그동안 이 글을 통해 ‘코로나19→저금리 기조→주가 상승’의 논리를 반복적으로 강조해왔다. 예를 들어 △증시 고점 찍은 거야? 금리에 답 있다!(2020년 8월 22일) △코스피 4000 가도 이상하지 않다(2020년 9월 5일) △성큼 다가온 ‘코스피 3000 시대’…증시 고점 두려워 마라(2020년 12월 12일) 등이다.
지난 2일엔 ‘저금리가 지속되고 그로 인해 주가는 견조한 상승 흐름을 이어갈 것이다’가 새해 주식시장에서 핵심 가설이고 이 가설이 흔들리면 주가가 급격하게 빠질 것이라고 얘기했다. 이번 미 국채 금리 연 1.04%는 핵심 가설을 흔드는 게 아니다. 펀드매니저 A씨는 “그래 봐야 아직 연 1%”라며 “풀려 있는 유동성을 감안하면 코스피지수가 4000 갈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런 진단에 대해 “경기 회복 기대감으로 시장 금리가 뛴 것은 팩트가 아니냐”고 되물을 수 있다. 맞다. 그런데 여기서 눈여겨볼 것은 ‘기대감’이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되면서 경기 회복 기대감이 커지고 있고 그 기대감이 시장 금리를 끌어올린 것이다.
이런 기대감은 금리뿐 아니라 경기 회복 수혜주 주가도 끌어올렸다. 금융주와 건설주가 뛰고 포스코 주가가 들썩이고 있다. 이는 경기 회복에 베팅하는 투자자가 그만큼 많다는 방증이다. 펀드매니저 B씨는 “최근 시장은 기대감이 이끌고 있다”며 “실적이 안 좋다는 사실도 통하지 않는 분위기이고 코로나19 이후 실적에 대한 기대감으로 가는 시장”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기대감은 어디까지나 기대감이다. 기대감이 시중 유동성을 축소시키지는 않는다. ‘김정은 사망설’로 증시가 폭락한다고 해서 실제로 김정은이 사망하지는 않는 것처럼 기대감은 어디까지나 기대감일 뿐 사실과 다를 수 있다.
요약하면 기대감으로 주가가 출렁일 수 있지만, 기대감은 사실을 바꾸지 못한다는 게 핵심이다. 기대감이 미 국채 금리를 연 1% 위로 끌어올렸지만 그렇다고 증시 상승의 동력인 유동성을 축소시키진 못한다.
현 시점에서 우리가 주목할 것은 기대감이 만들어 내는 현상이 아니라 기대감이 바꾸지 못하는 본질이다. 한 펀드매니저는 그 본질을 이렇게 설명한다.
“집값 오르는 거, 비트코인 뛰는 거 이상할 게 전혀 없다. 경기가 엉망인데 왜 자산 가격만 뛰느냐고, 아니 뛸 수 있냐고 반문하지 마라. 지금 같은 저금리 상황은 자산 없는 사람에겐 죽으라는 얘기와 같다. 뭐든지 (자산을) 사야 하는, 투자해야 하는 때다. 유가를 봐라. 코로나19 터졌을 때 배럴당 20달러였는데 지금 50달러까지 올라왔다. 구리도 뛰고 지금은 무차별하게 자산 가격이 오른다. 안타까운 사실은 자산 가격이 뛰는 대신 돈의 가치가 떨어져 월급 가치가 반토막 나고 있다는 점이다. 월급만 보고 있다간 끝난다. 실물 경기 안 좋아서 일자리 줄어들고 그래서 서비스 가격은 떨어지고 있다. 결국 자산이 없거나 적은 월급쟁이와 소상공인의 삶만 고달파진다.”
장경영 한경 생애설계센터장 longrun@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