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힘·중도·합리적 진보 힘 합하는 역할 하겠다" [홍영식의 정치판]

입력 2021-01-10 11:41   수정 2021-01-10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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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4월 실시되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나갈 야권 유력 후보들이 하나 둘 링 위에 오르고 있다. 여당도 이달 중 예상되는 추가 개각을 계기로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출마 준비에 나설 것으로 예상돼 선거판이 본격 달아오를 전망이다.

주목되는 것은 야권 후보들 간 합종연횡이 어떻게 진행되느냐다. 국민의힘 후보들과 이미 출마를 선언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간 단일화 문제를 놓고 샅바싸움에 들어갔다. 단일화의 당위성에 대해선 모두 인정하고 있다. 이전의 어느 선거때보다 단일화에 대한 열망도 강하다. 연대를 하지 않고선 여당에 질 수 밖에 없다는 인식이 강하게 자리잡고 있다. 안 대표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야권의 저변을 확대하려면 연대 할 수 밖에 없다”며 “지금 국민의힘이 더불어민주당과 1대1로 싸우면 이기기가 힘들다는 게 세간의 평가”라고 했다.

나경원 전 원내대표도 기자에게 “비상식적인 세력에 맞서 상식적인 대한민국을 만들고자 외치는 사람들을 다 엮어 내는 역할이 필요하다”며 단일화를 강조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도 “이번 기회에 야권 자체가 단일화될 때 비로소 정권교체의 가능성이 극대화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단일화 방식을 놓고선 동상이몽이다. 모두 자신들의 방안이 여당에 승리하기 위한 최선책이라고 내세우고 있지만 정치적 유불리 계산도 깔려 있다. 나 전 원내대표와 오 전 시장 모두 안 대표가 국민의힘에 입당을 하는게 바람직하다는 데는 뜻을 같이 하고 있다. 나 전 원내대표는 “통합해야 한다. 핵심 지지층을 모으고 중도로 외연을 확장하는 두 전략을 같이 쓰지 않으면 안 된다”며 “안 대표와 금태섭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국민의힘에 들어오는 게 좋다고 본다”고 했다. 그는 다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도 “안 대표가 단일화의 진정성을 보이려면 국민의힘에 입당하는 것이 맞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2단계 경선론을 제시했다. 안 대표가 국민의힘에 입당하는 게 맞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점을 들었다. 국민의힘 후보들이 먼저 경선을 한 다음 안 대표와의 단일화 과정을 거치자는 것이다.

그러나 오 전 시장은 이런 방안에 부정적이다. 그는 안 대표가 국민의힘에 입당하거나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당대당으로 합당하지 않으면 출마하겠다고 했다. 입당 또는 합당을 불출마 전제 조건으로 내세운 셈이다. 안 대표의 입당을 압박하는 성격이 짙다. 그는 이런 방안을 내놓은데 대해 “입당 또는 합당 후 경쟁하는 방안이 야권단일화의 실패 가능성을 원천봉쇄함과 동시에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한다고 확신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오 전 시장은 “양 당의 화학적 결합만이 단일화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시켜 서울시장 선거와 대선 승리 가능성을 최대한 높일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안 대표는 국민의힘 입당에 부정적이다. 그는 기자에게 “내가 (국민의힘으로) 들어가는 게 외연을 넓히고 확장성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지 되묻고 싶다”고 했다.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다. 국민의힘에 입당한 다음 경선을 치르는 것과 제 3지대에서 국민의힘 후보와 경선하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이 안 대표 측 설명이다. 안 대표 측 관계자는 “국민의힘 입당을 선택하면 안 대표의 주요 지지층인 중도의 표심을 잃을 수 있다”고 했다. 중도 확장성에 도움이 안된다는 것이다.

중도층이 안 대표의 주요 지지층이라는 사실은 여론조사에서 확인된다. 리서치앤리서치가 동아일보의 의뢰로 지난해 12월 27∼29일 만 18세 이상 서울시민 800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결과(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5%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 따르면 안 대표는 24.2%의 지지를 얻어 여야 서울시장 후보 중 1위를 차지했다.


특히 무당층에서 30.0%의 지지율을 얻어 다른 후보들을 압도했다. 안 대표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여당을 이기려면 국민의힘 지지자, 중도 지지자, 합리적인 개혁을 바라는 진보성향까지의 시민들까지도 모두 힘을 합해야만 가능하고, 그 역할을 내가 하겠다는 것”이라며 “이 세 부류 중 하나라도 잃어버리면 선거는 굉장히 어렵다. 국민의힘도 당만 생각하지 말고 야권 단일후보를 찍을 수 있는 사람들을 최대한 모을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 입당에 대해 부정적으로 판단하는 이유를 말한 것이다. 또 100% 여론조사 방식의 경선이라고 하지만, 국민의힘에 입당해 경선을 치르면 아무래도 국민의힘 조직의 힘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란 게 안 대표 측의 우려다.

다만 민주당에선 아직 대결 구도가 짜여지지 않은 마당에 야권이 너무 서두르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오 전 시장은 기자와 전화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야권의 서울시장 선거 시계가 너무 빨리 돌아가고 있다. 브레이크를 밟을 필요가 있다. 민주당은 아직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다. 상대 당이 게임의 룰과 선거 일정을 정하고 어떤 후보들이 등장하는 것에 맞춰 가는 게 현명하다. 우리 패를 다 보여주고 저쪽에서 맞춤형 후보들이 나왔을 때 어떻게 대응하겠나. 상대방 카드를 보고 그에 적합한 우리 카드를 준비하는 게 상식이다.”

그런 점에서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5일 KBS에 출연해 “최종적으로 후보 등록 직전 야권이 서로 어떻게 협의를 해 단일화를 할 수 있으면 가장 좋다고 생각한다”고 한 발언이 주목된다. 후보자 등록이 시작되는 3월 18일 직전 단일화를 이뤄 막판 극적 효과를 노리는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홍영식 논설위원 y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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