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죽지세로 오르던 미국 대형 기술주가 암초를 만났다. 민주당이 백악관과 의회 상·하원을 모두 장악하는 ‘블루 웨이브’를 달성한 여파다. 기술주에 대한 반독점 규제 강화가 예상되는 데다, 재정 지출 확대 가능성에 국채 금리까지 오르고 있어서다. 금리 인상은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높은 기술주에 더 위험하다.
블루 웨이브를 계기로 미국 포트폴리오의 무게 중심을 경기 민감주로 옮겨야 한다는 분석이 많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로 경기가 얼어붙은 만큼 당장 규제를 하지는 않을 것이어서 기술주 강세가 이어질 것이란 견해도 만만치 않다.
기술주의 변동성이 커진 건 블루 웨이브로 인해 민주당의 기술주 규제 방안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민주당 대선 주자였던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 등은 “페이스북 같은 정보기술(IT) 공룡을 분할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미국은 그동안 강력한 반독점 조치를 여러 번 시행했다. AT&T는 분할됐고, 마이크로소프트도 쪼개질 뻔했다. 미 법무부 등은 이미 구글, 페이스북에 대해 반독점 소송을 낸 상태다.
케빈 데니안 UBS 연구원은 “모든 상황이 경기순환주와 가치주의 상승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며 “투자 분야를 기술주에서 가치주 등으로 바꿔야 한다”고 밝혔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블루 웨이브는 시장의 헤게모니를 이동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다”며 “기술기업에 대해 미 연방거래위원회(FTC)와 법무부는 작년부터 규제를 추진해왔는데, 최근엔 시중 금리까지 오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현석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기술주가 중장기적으로 성장하겠지만 주가 상승폭은 기대에 못 미칠 수 있다”며 “기술주의 시가총액이 워낙 커 이들 종목의 주가가 조정받으면 시장 자체가 상승 탄력을 잃을 수 있다”고 말했다.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도 “기술주에 제동이 걸리면 미국 증시가 조정받을 것”이라며 “경기가 좋으면 금리가 오를 때 가치주가 힘을 받겠지만 지금 상황은 이와 거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이달 20일 취임하면 강력한 추가 부양책을 내놓아 상승장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독과점 규제 방안이 구체적으로 나오기 전까지는 지금과 비슷한 상황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수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도 “바이든 당선인이 올해부터 당장 기술주 규제 방안을 꺼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봤다.
테슬라(TSLA)는 판매량이 도요타 등에 비해 훨씬 적어 독과점 이슈에서 자유롭다는 것도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테슬라는 바이든 행정부의 친환경 정책 드라이브에 따른 수혜도 볼 수 있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테슬라는 저탄소 경제 확대의 수혜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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