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들어 불과 닷새 만에 9.70% 급등한 코스피지수를 두고 신진호 마이다스에셋자산운용 대표는 이렇게 평했다. 지난해 국내 자산운용사 가운데 국내 주식 투자로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운용사 수장인 ‘주식 베테랑’도 최근 증시를 과열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경험이 마이너스가 되는 시대”라는 말도 했다. 그간 자본시장에서 체득한 경험과 상식이 무의미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줄곧 강세장을 예측해온 이경수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과거의 잣대는 고장난 시계와 같다”고 말했다. 과열, 고점 논란에도 여전히 추가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는 설명이다. 증권가 고수 6인으로부터 증시 전망을 들어봤다.
조 전문위원은 지난해 11월 올해 코스피 상단을 2760으로 예상했다. 지수가 2500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나름 상승장을 예상해 내놓은 수치였다. 하지만 작년 말 3200까지 전망치를 높여 잡았다. 지난 8일 종가는 3152.18. 수정 목표치와 50포인트도 차이가 나지 않는다. 그는 “‘3500까지 전망치를 높여야 하나’라는 생각이 든다”며 “지난해에는 코로나19 때문에 펀더멘털 없이 유동성 장세가 짙었지만 올해는 기업 실적을 바탕으로 실적 장세 성격을 띨 것”이라고 분석했다.
조 위원 외에 기업들의 이익 전망치 상향과 미래 먹거리를 확보한 대기업들의 포트폴리오에 힘입어 추가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이경수 센터장도 “단기 조정이 나올 수 있지만 과열에 따른 조정은 추세를 바꾸는 요인은 아니다”며 “산업 포트폴리오가 좋아지면서 시장의 인정을 받고 있다”고 진단했다.
장기투자를 한다면 지금도 늦지 않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전경대 맥쿼리투신운용 주식운용본부장(CIO)은 “상승 추세가 이어져 투자 시점을 논할 문제는 아닌 거 같다”고 말했다. 이어 “유동성과 실적이 뒷받침되는 것만큼 주식시장에 좋은 환경은 없다”며 “시점을 정하지 않는다면 4000~5000까지도 충분히 도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단기적으로는 현재 지수에서 20~30% 추가 상승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다.
조정이 오는 시점에 대해서는 1월 말부터 서울·부산 재보궐선거가 있는 4월까지 다양한 관측이 나온다. 전경대 본부장은 “과열된 증시는 항상 조정을 할 핑곗거리를 찾는다”며 “지금은 뚜렷한 리스크 요인이 없기 때문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취임 등과 같은 정치적 변수가 단기 조정 시점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바이든 취임과 관련, 이경수 센터장은 “바이든 행정부가 업무 파악 이후 본격적으로 정책 색깔을 드러내는 4~5월께 법인세 인상, 독과점 규제 등이 조정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예측했다.
올 증시가 ‘N자형’으로 움직일 것이란 관측도 있다. 급등한 이후 한 차례 조정이 반드시 올 것이란 얘기다. 신진호 대표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투자자 예탁금이 감소세로 전환하거나, 미국 증시가 3일 이상 하락할 경우 조정 신호로 보고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조익재 전문위원은 “현재 상황에서 금리 인상이 유동성을 위축시킬 수 있는 유일한 악재”라고 지적했다.
시장에는 오르는 주식이 계속 오르는 쏠림현상에 대한 우려도 있다. 안정환 부사장은 “세계에서 가장 유망한 산업인 반도체, 전기차, 2차전지, 인터넷 등의 사업을 하는 기업들이 국내 시가총액 상위에 포진해 있기 때문에 상승세가 쉽게 끝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이 과정에서 쏠림이 굉장히 심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개인들이 익숙한 종목을 사기 때문이다.
금리 인상 가능성에 대비하려면 경기민감주(화학, 정유, 철강, 조선)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조익재 전문위원은 “경기민감주들이 실적 개선을 기반으로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며 “성장주는 금리 인상에 취약한 약점이 있다”고 말했다.
박재원/고윤상/전범진 기자 wonderf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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